'고수익 알바' 탈 쓴 보이스피싱, 청소년 통장 노렸다[사건의재구성]
사회초년생 되면 생활비 목적 비대면 계좌 이체 한도 늘어나는 점 악용
보이스피싱 조직, 고등학생 모집책 포섭해 또래 친구들 계좌 끌어모아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네 계좌 주면 180만 원 벌 수 있어
친구의 솔깃한 제안에 A는 선뜻 자신의 토스뱅크 계좌 정보를 넘겼다. 친구 B가 소개한 고수익 아르바이트의 정체는 '자금세탁', 보이스피싱이었다.
A 명의의 계좌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서 탈취한 돈이 송금되는 자금 통로로 쓰였다.
안산 일대에서 소위 모집책 역할을 한 B는 A와 함께 보이스피싱에 쓰일 대포 통장 계좌를 모으고 명의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알고도 범죄에 손을 댄 두 사람의 나이는 고작 열아홉이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일부러 고등학생 연령대의 계좌를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생활비와 교통카드 용도로 사용되는 토스뱅크·카카오뱅크 등 비대면 계좌가 사회초년생이 되는 즉시 이체 한도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래 친구들을 끌어들인 B의 경우,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고수익 알바' 광고 글을 보고 자신의 계좌를 대포통장 모집책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모집책은 B의 통장을 빌리는 대가로 하루에 150만 원 상당의 보상을 약속했다.
B는 이외에도 자금세탁한 범죄 피해금의 0.25%를 수입금으로 지급받았다고 진술했다. 수익금의 일부는 계좌 명의자들 및 자금세탁 과정을 감시한 공범에게 분배됐다.
이렇게 해서 B는 약 730만 원의 돈을 손에 넣었다. A 역시 본인 명의 계좌를 제공한 대가로 100만 원을 얻었다.
하지만 범죄로 얻은 돈은 영원할 수 없는 법.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정형)는 지난달 30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방조 혐의로 기소된 A와 B의 범죄수익금을 전액 추징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A에게는 징역 10개월, B에게는 징역 3년의 집행유예의 없는 실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어린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것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텐데도 범행을 이어나갔다"며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A 명의 계좌의 편취금 액수는 8000만 원, B 명의의 계좌로 뜯어낸 편취금은 약 6억8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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