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법무부 관계' 검사 하며 들어본 적 없는 고려 사유"(종합)
대검 평검사·중간간부 노만석 찾아가 거취 표명 촉구
노만석 '용산, 법무부와 관계 따라' 설명에 반발 커져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이 10일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된 '대장동 일당' 5명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에 '용산, 법무부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자 노 권한대행에 대한 용퇴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대검찰청 과장급 검사들은 이날 오후 4시쯤 노 권한대행을 찾아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 과장급 검사들은 중간 간부로 일선 지방 검찰청 부장검사다. 이들은 노 권한대행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에는 대검에서 근무 중인 평검사인 검찰연구관 10여명이 노 권한대행 집무실을 직접 찾아가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권한대행은 항소 시한일인 지난 7일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법무부에 보고했으나 '항소하면 안 되겠다'는 법무부 의사를 전달받았으며 이후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재검토를 지시해 중앙지검장이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용산, 법무부와 관계를 따라야 했다'는 취지로 항소 포기 결정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선옥 부산지검 부부장검사는 이날 늦은 오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을 통해 "'용산, 법무부와 관계'라는 사유는 적어도 저의 17년 가까운 검사 생활 동안 들어본 적 없는 고려 사유"라고 꼬집었다.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요 며칠 검사 같지도 않은 자들이 무슨 대행이라며 하는 행태가 생각나니 기도 안 찰 뿐"이라며 "책임지시고 검사 그만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박채원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부장검사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종합적인 고려'를 내세우며 무슨 '헤아림'을 요구하신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수장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종합적인 고려의 근거로 삼으신 법리적 근거와 기준, 경과를 검사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백히 밝혀주시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어려우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수현 서울서부지검 검사도 "누구보다 챙겨야할 구성원들을 이렇게 황망함에 빠뜨린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기대한다"며 "그렇지 못하다면 마지막으로라도 위치에 따른 책임을 다해 위치를 누리려고만 했다는 생각이 오해였음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설마 설명도 안 하고 책임도 안 지고 하지는 않으시리라 믿는다", "설명과 책임이 함께 있었으면 한다", "책임 있는 위치에 계신 분이 어떤 설명을 하실지 기다리고 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내부망에는 전국 검사장 18명, 차장검사가 있는 차치지청 8곳의 지청장들,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들의 교육과 지도 업무를 책임직 있는 교수 일동 등이 '항소 포기 결정 관련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라는 취지로 작성한 글들도 쇄도했다.
권한대행의 핵심 참모인 대검 부장급 검사장들은 오전 회의에서 노 권한대행에게 용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권한대행은 전날(9일) 공지를 통해 "대장동 사건은 통상의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 지검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며 "중앙지검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의를 표명한 정 지검장은 "대검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고자 한다"며 이유를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항소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 보고를 받았을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련해 원론적 말씀을 드리면 성공한 수사·재판이라고 생각한다"며 "법리적 해석 차이는 약간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사 결과에 법원은 제대로 판단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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