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산책로 방화 후 도주한 러 관광객, 징역형 집행유예
불길 번지자 119 신고 않고 현장 이탈
재판부 "미필적 고의 있었다고 봄이 타당"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술에 취해 서울시 성동구 산책로에 불을 지르고 도주한 러시아인이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정형)는 일반물건방화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인 관광객 A 씨(20대·여)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6월 11일 오후 4시 6분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산책로에서 술에 취해 포플러나무 꽃가루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방화로 시작된 불길은 서울특별시 소유의 모 승마훈련원 부지 약 500㎡를 불태웠다.
피고인과 남편 B 씨는 발로 꽃가루를 밟으며 빠르게 번진 불을 끄려고 했으나 불이 꺼지지 않자 방화 1분 만에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119 등 신고는 하지 않았다.
부부가 낸 불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소방 인력 61명과 장비 22대가 동원됐다.
재판부는 "방화 범죄는 공공의 안전과 평온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서 자칫하면 무고한 다수인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범행 고의성을 부인한 피고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방화 행위로 인해 공공의 위험이 발생했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이와 같은 방화 및 공공의 위험 발생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단 재판부는 계획적으로 이뤄진 방화가 아니었고 호기심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사건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크지 않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참작했다.
realkw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