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고소에 공동주택 CCTV 제출한 회장…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무단 공고문 게시' 입주민 고소하며 CCTV 경찰에 제출
1심 무죄→2심 유죄 엇갈려…대법 "정당행위 여지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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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고소를 진행하면서 피고소인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원본을 제출했더라도 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공기관인 수사기관이 어차피 확보했어야 할 CCTV 화면을 제출했다는 것만으로 개인정보가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허 모 씨 부부에게 각각 벌금 50만원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환송했다.

전라북도 고창군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허 모 씨와 업무를 보조하던 허 씨의 부인 A 씨는 입주민 B 씨가 입주자대표회의 동의 없이 주택 출입문에 설치된 게시판에 대표회의 명의 공고문을 훼손하고 다른 공고문을 게시했다는 이유 등으로 고소를 결심했다.

허 씨는 2021년 3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B 씨가 공고문을 게시하는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을 첨부했는데, 검찰은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허 씨 부부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라며 "정보주체가 동의하지 않은 이상 이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영상을 흐리게 하는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 후 제공해야만 적법성이 인정된다"며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고소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CCTV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 B 씨가 기소돼 처벌을 받았고, 피고인들이 B 씨를 고소한 개인적 동기와 무관하게 고소행위에 포함된 공익적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CTV 영상은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고소대상자를 특정하고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정보"라며 "게시 모습을 촬영한 것에 불과할 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