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도청' 국정원 직원들, 무죄 최종 확정

정보원 포섭해 '지하혁명조직' 정보 수집…캠핑장서 대화 녹음
1심 유죄, 2심·대법은 무죄…"핵심 증거 정보원 진술 못 믿어"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민간인들을 상대로 불법 도청을 한 혐의를 받았던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들의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은 국정원 직원 최 모 씨(48)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이 지난 2007년 한 대학교 학생조직에서 활동하는 제보자 A 씨를 속칭 '프락치'로 포섭해 '지하혁명조직'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최 씨 등은 2014년 10월 A 씨를 처음 만난 뒤 이듬해 3월 유급정보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A 씨가 속한 대학교 학생조직의 윗선인 상부 조직의 존재와 대공 혐의점 유무를 밝혀내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최 씨 등은 2015년 7월 A 씨로부터 지하혁명조직 소속 선배에게 가입을 권유받고 곧 '총화'(지하조직 활동 적격성 확인 절차)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총화 장소였던 충남 서산의 캠핑장을 미리 답사하면서 캐러밴 내부 구조를 확인한 후, 녹음장치가 은닉된 소화기 모양의 비밀녹음장비를 제작해 대학생들의 대화를 5시간가량 녹음했다. 또 캠핑장 부근에 대기하며 오가는 시민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국정원은 녹음에 동의한 A 씨를 제외한 다른 일행의 대화를 감청하는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알고도 사전에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긴급 감청에 따른 사후 허가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최 씨 등 수사관 2명과 이들의 보고를 받은 윗선 2명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 사안은 제보자 A 씨가 국정원에 협조한 프락치 활동 사실을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직원 3명에 대해서도 모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형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핵심적인 유죄 증거였던 A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국정원에서 A 씨가 더 이상 정보원으로서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관계를 끊자, A 씨는 변호사와 기자들을 만나 폭로하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정보원 활동 대가로 10억 원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가 양심의 가책을 지고 국정원에 정보를 넘겼음에도 결국 유급 정보원 지위와 보수를 잃게 되자 보복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제보자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 여지없이 공소사실을 확신하게 할 증거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최 씨 등이 '민간인들의 사적 대화를 녹음할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였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봐 검찰 상고를 기각해 이들의 무죄를 확정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