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임기내 대법관 22명 임명"…與 대법관 증원안 괜찮을까

민주, 대법관 12명 단계적 증원안 발표…14명→26명 확대
법조계 "증원 뒤 재판 운영 고민 빠져"…코드인사도 우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6.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송송이 기자 = 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제 개선 등을 담은 사법개혁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속도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상고심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 없이 무작정 대법관을 늘리면 재판의 질 하락과 사법 독립이 침해된다는 취지다. 하급심을 강화해 상고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단계적으로 대법관을 증원하는 숙의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20일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추천위원회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핵심인 대법관 증원안은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12명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법안 공포 후 1년 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대법관을 증원하고, 이후 6개 소부와 2개의 연합부로 만들어 전원합의체 두 개 구조로 재편하게 된다.

법안이 통과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법관 22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되고, 차기 대통령도 동일하게 22명을 임명하는 구조가 된다.

법조계에서는 해묵은 과제인 대법관 증원이 추진되는데 반가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상고심 적체, 판결 지연 등 재판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데 아쉬움을 표했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한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게 법원의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인원을 한 번에 10명 이상 늘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단계적으로 증원하며 제도를 안착하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고등법원 판사는 "민주당도 12명을 증원해놓고 어떤 식으로 3심제를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며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1년간 논의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제언했다.

다수 법조인은 재판 과정 전반에 대한 논의 없이 대법관 증원만으로는 재판 지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이 처리한 상고심 사건은 4만 1732건으로, 12명 대법관이 1인당 처리한 사건은 3478건이다. 대법관을 12명 증원하면 산술적으로 1인당 1700여건을 맡는 셈인데 이 또한 수백건 수준인 고등법원보다 월등히 많다.

1·2심 심리를 강화해 상고 건수를 줄이는 동시에 단계적으로 대법관을 증원해 상고심의 질적 수준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상고법원 설치, 상고허가제 도입 등 상고 제도 개편 논의를 병행해야 전반적인 재판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5.5.0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3년 동안 12명 대법관이 임명될 경우 사법부가 매번 '코드인사' 논란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법관 임기(6년)를 고려하면 2~3년마다 대거 교체되기에 지명·임명할 때마다 자격이나 성향이 문제 될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소부에서 중요 사건은 전원합의체가 될 텐데 대법관 증원 시 더 판결이 더 늦어질 것"이라며 "독일은 전문재판소가 따로 있어 전합을 따로 하지만 우리는 준비도 안 되어 있고 나눌 수도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대법관 증원론의 핵심 사례로 꼽히는 독일은 민·형사 대법원(연방일반법원) 법관을 150명 이상 두고 각각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 반면 국내 대법관은 민·형사·행정 사건 등 모든 사안을 심리하는 구조다.

장 교수는 또 "2~3년마다 대법관을 계속 채울 텐데 정원이 두 배로 늘어나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자격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법조인들 사이 재판 공정성 논란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는 것처럼 구체적 방법에 대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