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고 공익제보자 '뒷조사'한 교감 징계 안한 재단 …"경고 정당"
학교, 수사기관에 공익제보자들 형사사건 조회…교육청, 재단에 경고
1·2심 "징계사유 단정 어려웠어"…대법 "위법소지 인식·검증 소홀"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학교 재단의 갑질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 교원들의 형사사건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했던 교감 등을 징계하지 않은 재단에 내린 교육청의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서라벌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동진학원과 이사장 안 모 씨가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기관경고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서라벌고 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교감과 행정실장 직무대리, 주무관은 2020년 학교장 명의로 서울북부지검과 노원경찰서, 감사원 등 수사기관에 공익제보자인 전(前) 교장 김 모 씨와 교사 정 모 씨 관련 형사사건이 있는지 '비위사실조사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문의했고, 수사기관들은 '해당 없음'으로 회신했다.
학교 측이 공문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된 정 씨는 2021년 10월 서울교육청 공익제보센터를 찾아 "학교의 행위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학교가 오히려 은폐를 시도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청은 2022년 3월 교감 등 관련자들이 공익제보자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사실을 재단 측이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려 하고 징계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단과 이사장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립학교법은 '교원이 의원면직을 신청한 경우 징계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을 수사기관에 확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의원면직을 신청하지 않고, 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은, 공익제보자인 정 씨 등에 관한 문의는 권한 밖의 개인정보 수집으로 위법하다는 취지다.
재단 측은 "교감 등의 행위는 행정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의성이 없었고 횟수도 1회에 그쳤다. 재단이 은폐하려고 한 사실이 없다"며 경고 처분이 위법하다고 소송을 냈다.
1, 2심은 재단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교장 등의 행위가 사립학교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징계 요구를 하지 않은 재단 측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2심도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 전문가가 아닌 교육전문가인 재단 측으로서는 더더욱 사건 관련자들에게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식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사립학교 교원의 구체적인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충분한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에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장 명의로 사건 관련자들에게 보낸 질의서 내용에 따르더라도 재단 측은 수사기관에 비위사실을 조회한 것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행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감 등은 비위사실 조회 요청이 표준 매뉴얼에 따른 조치였다고 변명했으므로, 재단 측은 정 씨와 비슷한 시기에 징계처분을 받은 다른 교원들의 사례를 조사해 변명에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해 봤어야 함에도, 추가 조사에 나아가지 않은 채 단순한 행정착오에 기인한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권한 없이 공익제보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행위가 인정될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했고, 재단 측이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징계 사유에 해당하다는 점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재단 측이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누락하고 다른 징계처분 교원들에 관한 사례 조사를 생략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기울여 직무를 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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