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 "김건희 측에 샤넬백 전달했지만 알선수재는 아냐"

첫 공판기일서 "수수 당시 청탁 없어 무죄"…특검 "권력 기생" 엄중 처벌 요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무죄 주장…기업 세무조사 청탁 등 일부 혐의만 인정

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이용해 각종 청탁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건진법사 전성배 씨. 2025.8.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통일교로부터 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목걸이 등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자신은 단순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전 씨가 "권력에 기생해 국정을 농단했다"며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를 받는 전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전 씨 측 변호인은 통일교 청탁 명목 금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22년 샤넬 가방 2개와 그라프사 목걸이를 제공받은 사실과 그 무렵 이를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2024년경 가방 2개와 교환한 것으로 추정된 것들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전 씨 측은 그러나 "수수 당시 사전 청탁이 존재하지 않았고, 사후 청탁만 있었기 때문에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막연한 기대에서 금품이 오간 경우, 공무원에 직무에 속한 사항이고 알선과 관련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고, 수수만으로 알선수재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김 여사에게 최종 전달될 금품을 일시적 점유한 것에 불과하고, 재량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범죄 성립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리적으로 무죄를 다툰다"고 밝혔다.

통일교로부터 청탁·알선 목적으로 고문료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전 씨 측은 "이 사건 고문 계약은 통일교가 피고인의 인맥을 중시해 각종 현안에 지속적·정기적 조언을 받기 위해 체결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공소사실 기재 사항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씨 측은 공천과 관련한 대가로 후보자 측에서 1억 원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 위반 주체가 되지 않으므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기업 세무조사 관련 등 일부 알선수재 혐의는 인정했다.

이날 특검팀은 "피고인은 대통령 배우자, 윤핵관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워 국가정책 개입 창구, 브로커 역할을 하고, 매관매직 행각을 벌여 선거를 혼탁하게 했다"고 맞섰다.

이어 "권력에 기생한 무속인 건진법사의 사익 추구와 국정농단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했고, 무엇보다 피고인은 김 여사와 통일교 정교유착의 매개체이므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에 "추가 기소 시기는 대략 언제로 예정하느냐"고 물었다. 특검 측은 "수사 중이라 확정적으로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만, (수사)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만료 전에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전 씨에 대한 추가 기소가 완료될 경우 특검이 기소한 다른 공범들 사건과 병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전 씨는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7월쯤 통일교 관계자에게 통일교 지원 관련 청탁을 받고 총 8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기간 통일교 현안 청탁·알선 명목으로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고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전 씨는 2022년 5월쯤 제8회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후보자 측에서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2022년 7월쯤부터 올해 1월쯤까지 A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형사고발 사건 등 관련 청탁·알선 명목으로 합계 4500여만 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2022년 9월쯤부터 2023년 10월쯤까지 B 기업의 사업 추진 관련 청탁·알선 명목으로 합계 1억 60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전 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법당을 운영한 무속인으로,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이전에는 김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 고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제7회 지방선거에서 영천시장 후보자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과 관련해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도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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