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취득했다고 임대주택서 나가라?…대법 첫 판단은

'분양권=주택 소유' 규칙 시행…임차인, 분양권 취득 이유 계약해지
대법 "규칙 시행 전 입주 임차인에겐 규칙 적용 안 돼"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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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다른 주택의 분양권을 취득할 경우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해 공공임대주택 임대차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더라도 규정 시행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에 따라 입주한 기존 임차인은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 모 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에 환송했다.

고 씨는 2006년부터 국민임대주택 임대차계약을 2년 단위로 갱신해왔다. 그런데 고 씨는 임대차 계약기간 중인 2021년 4월 경남 거창군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했다가 두 달 뒤 제3자에게 팔았다.

LH는 "임대차계약 기간 중 분양권을 취득한 것은 계약해지 사유"라며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으므로 주택을 인도하라고 소송을 냈다.

반면 고 씨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3조 3호는 부적격자로 통보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주택을 처분한 경우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나는 계약해지 통보 전에 이미 분양권을 처분했다"고 해지사유가 없다고 맞섰다.

1심은 고 씨, 2심은 LH 측 손을 들어주면서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은 임차인 손을 들어줬다.

2018년 주택공급규칙 53조에 분양권 등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주택 소유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됐고, 부칙으로는 '개정규정은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정했는데 대법원에서 이 부칙의 해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과규정을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해석할 것인지 '분양권'으로 해석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규칙의 적용 범위가 달라진다.

공공임대주택으로 해석할 경우 규칙 시행 이전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모집 승인 공고가 있었다면 분양권을 갖고 있더라도 계약 해지 대상이 아니다.

반면 분양권으로 해석할 경우엔 분양권을 받은 주택의 입주자모집 승인 공고 날이 기준이 된다. 분양권을 취득한 주택이 규칙 시행 이후에 입주자모집 승인 공고가 있었다면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부칙은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경과규정 보유 대상이 되는 분양권 등과 관련된 주택의 사업계획 승인이나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 시점을 정하는 내용이 별도로 포함돼 있다"며 "만약 경과규정을 분양권으로 해석한다면 규칙 시행 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분양권 등을 매매해 갖고 있는 경우에도 규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규정과 모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규칙이 시행된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계약이더라도 규칙 시행 전 있었던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을 통해 입주를 한 임차인에게는 규칙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며 "비록 규칙 시행 이후 다른 주택 분양권을 취득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