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이혼소송 아내 들이받은 남편…시속 5㎞ 주행에도 '유죄'

[사건의재구성] 차 막아선 아내, 얼굴·무릎 다쳐
남편 "비킬 거라고 생각, 저속 주행"…벌금 300만 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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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지난 2024년 11월 1일 오후 4시쯤 서울 양천구의 한 주차장. 한 핀테크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 이 모 씨(42·남)가 차량을 운전해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던 중 누군가 차를 가로막았다.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던 아내 김 모 씨였다. 아이를 데려가는 이 씨의 차량을 김 씨가 몸으로 막아선 것이다. 그렇게 대치가 이어지던 중 이 씨는 느린 속도로 차량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차량은 김 씨의 오른쪽 무릎과 부딪혔다. 이 사고로 피해자인 김 씨는 부딪힌 부위와 얼굴을 다쳤다.

이 씨 측은 재판에서 "피해자가 비켜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며 "시속 5㎞ 이하로 주행했고 (블랙박스)영상에서도 1초, 2초가량 운전한 게 확인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차량에는 딸이 탑승했으며 폭력 성향이 없던 피고인이 딸 앞에서 고의로 피해자를 다치게 할 리 없다"며 "이혼소송 중에도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피해자를 차로 쳐 얼굴과 무릎을 다치게 해 위험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는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차량 앞에 피해자가 서 있음을 알면서도 그대로 전진해 위험한 물건인 승용차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폭행의 경위와 정황 및 수단 등을 고려하면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261조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의 신체에 대해 폭행을 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법원이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 1997년 대법원은 흉기 등 살상용 물건이 아니더라도 칼·가위·유리병·공구·자동차 등 신체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이 위험한 물건에 포함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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