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연일 '부글부글'…"'범죄천국, 피해지옥' 시대 열릴 것"(종합)

정성호 "검찰 내부 동요 없다" 진화에도 내부망 성토 잇따라
"검사들에게 수사업무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강제노역"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5.9.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 전원이 검찰로의 원대 복귀를 요청한 것에 대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부에 큰 동요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 반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1·사법연수원 31기·검사장급)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청과 공소청, 중수청 같은 전국 규모의 거대 국가기관을 폐지, 신설하는 것이 1년의 유예기간에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여당에서 제안한 법률안이 "조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들을 비롯해 각 부처의 공무원들은 1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형사사법 체계, 법령, 조직, 인력, 예산, 시설 등을 망라하는 저 난제를 해결하는데 분명 개미지옥 같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며 "아마도 개미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슬그머니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개정 정부조직법대로 시행되고 종국적으로 검사의 보완 수사권마저 폐지된다면 '범죄 천국, 피해 지옥' 시대가 열리고 범죄 피해자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권마저 박탈되면 보이스피싱, 다단계 사기, 유사 수신, 코인 사기 등 일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에 대한 대응의 공백과 공직자, 정치인들의 부패 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국 검찰 해체는 일반 서민에게 구제받지 못하는 범죄 피해라는 개미지옥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며 "지금 검찰청 문을 닫게 함으로써 부패 공직자, 정치인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도한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어떻게 초래될 것인지 똑똑히 지켜보고 기억하자"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연달아 올린 게시글에서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들의 원복 요구에 대해 "현재 검사의 직무를 둘러싼 모순적 상황에서 검사들에게 그 양심에 반하는 수사 업무를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강제노역과 같다"면서 "정치권의 겁박은 독일 나치 시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들에게 동료 유대인을 밀고하라 요구하면서 밀고하지 않으면 계속적으로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주훈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박 연구위원의 게시글에 대한 댓글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특검팀의 성명이 '항의가 아닌 하소연 차원'이라고 언급했던 것을 거론, "개인적으로 매우 모욕적으로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검사는 "국본을 흔들었다고 의심되는 중요사건을 혼신의 힘을 다해 수사하고 공소제기하는 특검 파견 검사들이 꽤 무겁고 진지하게 고심해 표명한 의견으로 보이는데, 별다른 근거 없이 푸념이나 해대는 사람들로 희화화 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57·사법연수원 30기)도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트라이'가 오버랩되는 요즘'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드라마 '트라이:우리는 가족이 된다'를 언급하며 "검찰의 요즘 상황이 (극 중) 한양체고 럭비부 선수들 같다. 검찰청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이후 새 정부는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않았고, 그다음엔 일선의 수사력 있는 정예 멤버들을 특검에 대규모로 차출해 갔다"라고 적었다.

강 부장검사는 "럭비 경기에 필요한 최소 선수 구성이 안 돼 경기에 참석하지 못한 것처럼, 요즘 일선 검찰은 검사 부족으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다"며 "총장도 없고, 검사도 부족하고, 연일 악의 축으로 매도당하는 모습이 감독도 없고, 선수도 부족하고, 열악한 훈련 여건하에서 교감에게 갖은 구박을 당하는 한양체고 럭비부 선수들 같다"고 썼다.

이어 "더 씁쓸한 건, 드라마는 전국체전 우승을 통해 럭비부가 존치됐지만, 현실의 검찰은, 특검 파견 검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수사해서 실적을 내더라도, 검사들이 일선에서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상황이 변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라며 "검찰청 폐지를 비롯해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의견 제시를 개개 검사의 불만으로만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태극기를 흔드는 3·1 운동으로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의 부당성을 알린 3·1 운동을 의미 없다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 부장검사의 글에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50·사법연수원 32기)가 댓글을 달아 "저도 부족한 글솜씨와 내향성 기질에도 불구하고 3·1 운동에 태극기를 흔드는 심정으로 보잘것없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며 "독립투사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지 의견을 밝혔다.

앞서 공 검사는 지난달 30일 내부망에 김건희 특검팀 검사들의 복귀 요청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면서 "민중기 특검이 특검법 취지와 내용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수사한 검사들이 기소와 공소 유지에도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고 한다. 특검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공소 유지가 필요 없다는 것이 최근 통과된 법안의 입법 의도냐"라고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박철완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53·사법연수원 27기) 역시 댓글에서 "타인이 해괴망측한 괴성을 지른다고 해서 검사인 우리들까지 위축되진 않았으면 한다"면서 "눈 부릅뜨고 나라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자"라고 했다.

이와 함께 장진영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36기)는 이날 이프로스에 특검 파견으로 일선청이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라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이런 상황에서 일선 검사들을 더 빼서 파견을 보내시고, 일선 복귀 요청을 하는 파견 검사들을 질책하시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 40명 전원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수사 검사의 공소 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 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원대 복귀를 요청했다.

파견 검사가 59명으로 가장 많은 내란 특검팀에서도 일부 검사들이 모여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집단 의견 표명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검사가 특검에 파견된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고,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선 파견 검사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연일 나온다. 다만 여론 악화와 여당의 강경 대응을 우려해 집단행동보다는 개별 의견 개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 부장검사는 "집단행동으로 국민 여론에 역풍을 맞았던 걸 검수완박 때 학습하지 않았느냐"면서도 "기본적으로 내부적인 불만이 많이 쌓여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