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계엄 합헌인가' 질문에…한덕수 "받아들이기 어려워"(종합)

'계엄 문건 받은 기억 없다' 위증 인정…나머지 혐의 모두 부인
특검, 대통령실 CCTV 기밀 해제 절차 중…韓측 "여론재판 우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서한샘 이세현 기자 =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첫 재판에서 "계엄은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봤을 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를 인정하되 나머지 위증 혐의를 포함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30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먼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한 전 총리는 직접 성명과 생년월일에 답하고, 직업에 관한 질문에는 "무직입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에 관해선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향해 12·3 비상계엄 위헌·합헌 여부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그러자 한 전 총리는 "40년 가까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시장경제, 국제적인 신용을 통해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져왔던 사람"이라며 "계엄이라는 것은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봤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공소사실에 관해 "위증 혐의와 관련해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 부분을 위증했다는 것만 인정한다"며 "나머지 모든 공소사실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특검 측에서 계엄 선포 전·중·후에 요건을 갖추기 위한 여러 구체적 사실을 들어 기소했는데 그런 사정이 없거나,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비상계엄 선포문 폐기에 따른 공용서류 손상 등에 관해선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위증 혐의 중에서도 '특별한 문건을 받은 적 없다', '문건 주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부분에 관해선 "위증의 고의가 없다는 취지"라고 했다.

'내란방조 혐의'로 특검에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당초 이날 재판에서는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증거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다음 기일로 순연됐다. 특검 측은 "CCTV 촬영 장소가 군사상 기밀로 분류돼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재판에서 조사하면 재판을 비공개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밀 해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해 한 전 총리 측은 "조사 과정에서는 한 전 총리 본인 내지는 변호인조차도 기밀이라는 이유로 (CCTV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국민적 관심이 있으니까 공개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공개재판이 원칙이긴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라는 이유로 '여론재판화'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도 불발됐다. 조 전 장관 측은 가족 질병으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10월 20일 이후 출석 의사를 밝힌 상태고 소명자료도 첨부해 제출했다"며 "10월 20일 이후로 (조 전 장관을) 소환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는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이날 이뤄지지 못한 대통령실 CCTV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한 전 총리는 오전 9시 35분쯤 법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오늘 어떤 마음으로 첫 재판에 나왔는지", "내란을 막을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어떻게 소명할 생각인지", "계엄 관련 문건은 전혀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인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의 국가 및 헌법 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이지만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사전에 견제·통제할 수 있는 국무회의 부의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비상계엄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요청한 혐의도 있다.

지난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