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0년 전 국가보안법' 불법 체포된 70대 재심서 무죄 구형
검찰 "증거기록·주장 신빙성 종합 고려…불법 체포 사실로 보여"
피고인 "한 번도 북한 찬양 안 해…빨갱이 몰린 것 평생 가슴 눌러"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검찰이 1980년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지하다 불법 구금돼 옥살이를 해 재심을 청구한 70대 남성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2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 심리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정 모 씨(72)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증거기록과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 등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피고인이 불법으로 체포된 것이 사실로 보인다"며 "피고인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983년 2월 당시 서울대 학생인 정 씨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검거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올해 초 해당 사건을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화위가 이 사건의 판결문, 수사·공판 기록 등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정 씨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해 1983년 2월 15일 검거됐다. 같은 해 3월 9일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될 때까지 23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고, 조사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 속에 허위자백을 강요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월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구금, 위험한 압수수색을 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했으므로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후변론에서 정 씨는 "젊을 때부터 한 번도 북한을 찬양한 적이 없다"며 "유신체제나 전두환 정권에 대해 민주화 투쟁에 적극 가담했을 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40년 전에는 수사와 재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며 "그때는 어디로 잡혀가는지, 누가 잡아가는지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노력)했는데 북한을 찬양했다고 하는 게 억울하다"며 "빨갱이로 몰렸다는 게 평생 가슴을 눌러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8일 오전 10시 선고기일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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