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세종대왕, 법을 왕권강화 수단 삼지 않아…법시행 前 민심 수렴"

대법원,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최…9년만에 대법원 국제 행사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9.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9년 만에 열린 대법원 국제 행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소통과 상생을 중심에 둔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이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수단으로 삼지 않았고 법에 백성의 뜻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며, 백성을 위한 세종대왕의 사법철학이 오늘날 지향해야 할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이번 콘퍼런스는 세종대왕의 숭고한 법사상을 전 세계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지속 가능한 사법의 본질과,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행사돼야 할 사법권의 의미를 성찰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2016년 이후 9년 만에 대법원이 개최하는 국제 행사로, 세종대왕의 법사상을 세계와 공유하고 법치주의의 미래와 사법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싱가포르·일본·중국·필리핀·호주·그리스·이탈리아·라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몽골·카자흐스탄 등 10여 개 국가의 대법원장·대법관 및 국제형사재판소 전·현직 소장 등이 참석한다.

조 대법원장은 특히 "세종대왕은 소통과 상생의 가치를 중시했다"며 "법의 공포와 집행을 백성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공법 시행을 앞두고서는 전국적으로 민심을 수렴해 백성의 뜻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론화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사법의 본질적인 작용과 현재 사법 인력의 현실에서 어떤 것이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이런 것들을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것이 대법원의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은 또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으셨다"면서 "백성을 중심에 둔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께서는 언제나 백성을 존중하되,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측은지심을 간직했다"며 "바로 그 마음이 세종대왕의 끊임없는 열정과 창의성, 위대한 업적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조인은 인간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관한 사건을 다루고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숭고한 책무를 맡고 있다"면서 "그러므로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존중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또 "법조인은 언제나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직업에 속하므로 주어진 모든 사건을 한결같이 성심을 다해 처리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며 "변함없이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또 세종대왕이 노비에게 현재 국제 사회가 시행하고 있는 수준과 유사한 출산 휴가를 보장했던 것을 언급하며 "법이 진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의 법사상을 기리고자 마련된 이번 콘퍼런스가 법치주의와 사법의 이상을 새롭게 확인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