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檢보완수사권 유지 필요성 공감대…"폐지시 형사사건 파장 우려"

검찰 보완수사로 누명 벗어…"보완수사권 효용성 커"
檢 보완수사권 어떤 형태로든 유지 가닥…세부 논의 관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19.10.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서한샘 남해인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의 후신 격이 될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둘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완수사권의 완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정부 측에선 보완수사권을 유지하

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5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그간 검찰이 맡아 왔던 기소 및 공소유지는 공소청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각각 나눠 맡으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구조 개편이다.

여권은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후 시행을 1년간 유예하고, 해당 기간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협의를 통해 세부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최대 쟁점은 경찰 및 중수청 수사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공소청에도 유지시킬지 여부다.

여권 내에선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야 된다는 입장과 공소청이 보완수사권이나 최소한 보완수사요구권을 가져야 경찰의 '사건암장'이나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세부 방안 도출을 주도할 정부 내에선 최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유지를 주장해 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이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은 어떤 경우든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와 관련해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 구더기가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라며 "수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신중론을 편 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경찰과 중수청 등 1차 수사기관에 수사 개시권과 종결권을 전면적으로 부여할 시 발생할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등 통제 권한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정부 내 이같은 기류는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수사 지연이나 공백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는 우려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에선 국민의 생명 및 인권 보호와 직결된 형사사건의 경우 보완수사권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통해 억울한 피해자가 구제되는 등의 사례가 적지 않아 그 효용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2023년 8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A 양은 경찰 단계에서 단순 성매매 당사자로 지목됐으나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아동 성폭행 피해자로 규명됐다.

이 사건을 맡았던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A 양이 아닌 가해자인 60대 남성의 진술 위주로 작성된 수사 기록에 의문을 갖고 보완수사에 착수해 A 양이 경찰에 진술하지 않았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확보했다. 그 결과 가해자는 단순 성매매 혐의가 아닌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50대 여성 B 씨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무속인 부부의 지시에 따라 자기 아들과 딸을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지지고 치료를 받아야 할 딸을 방치해 상해, 특수상해, 유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그러나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B 씨의 구속을 돌연 취소했다. 이후 집이 아닌 여성긴급지원센터와 연계된 쉼터로 보냈다. B 씨는 2004년부터 19년간 무속인 부부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각종 범죄에 노출된 또 다른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보완수사를 통해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원 관계자는 "검찰의 보완수사로 기소돼 유죄 판결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시절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19년 10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19.10.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통상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은 일반 형사부가 아닌 정치인, 고위공직자 권력형 비리나 대형 경제 사건 등을 인지수사 하는 특별수사부(특수부)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 특수부 사건은 검찰이 수사하는 전체 사건 중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법조계에선 직접 수사권을 남용한 특수부 일부 사건으로 인해 나머지 90%에 달하는 형사부에 필요한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법원 관계자는 "민주당이 정치 사건 등에 관한 특수부 수사를 염두에 두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말하고 있는데, 90%에 달하는 형사부 수사에서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상당히 많은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 송치 사건의 경우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검찰의 보완 수사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당 조항을 논의했을 당시 '사건의 단일성·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는 중재안이 나왔었다. '별건 수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돼 여죄를 밝힐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되면서 사실상 국민들의 피해 구제가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동일성' 개념만 남게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은 검찰청법 4조에서 규정하는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수사를 지나치게 임의로 확장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논란이 됐던 검찰청법 4조는 이제 삭제될 예정인데 검찰이 보완수사도 못 하게 하면 비대해진 경찰의 수사권 견제는 누가하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는 형사소송법 196조상 보완수사 범위는 사건 확장이 불가능하다"며 "동일성 개념은 이미 판례로 확립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는 최종적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지 수사 개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