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혁명당 사건' 사형 故김태열씨 49년 만에 무죄 확정…檢 상고 포기
檢, 상고장 안 내…法 "억울한 고초 겪은 피고인·가족에 사과·위로"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사형당한 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故) 김태열 씨에 대해 검찰이 상고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사형 뒤 49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상고 기한인 지난 4일까지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강종선 심승우)에 상고장을 내지 않았다. 형사 재판에서 법원 판단을 다시 받으려면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 또는 상고해야 한다.
앞서 재심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오후 김 씨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통일혁명당 재건 사건은 박정희 정부 시절 북한의 남파 간첩들이 전라남북도에 통일혁명당을 재건하기 위해 지하당을 조직하고 적화통일 이론을 퍼뜨리고 유도했다며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다.
보안사령부는 민간인 수사권이 없음에도 이른바 '반국가단체'로 의심된다며 1970년대 전국 각지에서 통혁당 재건 운동 진압 작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고를 치른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김 씨의 재심을 청구한 딸 김영주 씨(62)는 아버지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이 아니며, 보안사 수사관의 영장 없이 불법 감금 상태로 조사를 받으며 가혹행위를 당하다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보안사 수사관들이 군인이 아닌 김 씨에 대해 수사권이 없음에도 위법하게 수사하고 영장 없이 불법으로 강제 연행, 체포해 감금하면서 가혹행위를 가했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 법정에서도 김 씨가 △당시 보안사 수사관들이 재판을 주시한 상태에서 진술을 번복하더라도 보안사에 다시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던 점 △이미 원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아 허위로 자백하면서 반성한 듯한 모습을 보여 어떻게든 중형만큼은 피하고자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에 따르면 보안사는 피고인과 원심 공동 피고인들이 선임한 변호인에 대해 정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아 부적격자로 판단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상부에 보고하고, 변호인이 사임을 거부하자 공동 피고인의 가족들에게 변호사를 해임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씨와 같이 기소된 공동 피고인들이 공소장마저 제대로 발급받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형식적으로 변호인 조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법정에서 자유롭게 발언했는지 의문"이라며 법정 진술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억울한 고초를 겪으며 힘든 세월을 겪어온 피고인과 피고인 가족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간첩으로 몰려 허위 자백하고 사형을 당했던 고 박기래 씨도 지난 2022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같은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고 진두현 씨와 고 박석주 씨도 재심에서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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