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양승태 "檢, 흑을 백이라 하면서 1심 재판부 모욕"

항소심 재판 최후진술…"왜곡과 과장, 억지로 대중 현혹"
"검찰 항소장 보고 깜짝 놀라…참 부끄러운 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혐의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9.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77·사법연수원 2기)이 3일 자신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항소심 재판 최후 진술에서 "흑을 백으로 만드는 전형적인 과정"이라며 검찰의 항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고법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이날 오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흑을 백으로도 바꿀 수 있다'는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말을 인용하며 "검찰이 어느 특정인을 기어코 응징하고자 작정했을 때 그 목적을 달하기 위해서 진실을 외면한 채 모든 것을 그 목적에 끼워맞추는 잘못된 행태를 꼽는 말"이라고 운을 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없이 많은 검사들을 동원해서 법원 내부 자료를 송두리째 가져가고 단서야 있든 없든 뭔가 시비거리를 찾기 위해 온 법원의 구석구석을 먼지떨이식으로 뒤진 이 사건의 검찰 수사 목적이 뭐였는지 어린 아이도 짐작할 수 있다"며 "극도의 왜곡과 과장, 견강부회식 억지로서 진실을 가리고 대중을 현혹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많은 판사들이 모욕적인 수사를 받고 고분고분하게 대하지 않은 몇몇 판사들은 그 대가로 기소까지 당하는 곤욕을 겪었다. 그런 수사 결과 탄생한 것이 이 사건의 공소장"이라며 "이런 의식구조는 검찰이 제출한 항소이유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원심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느닷없이 피고인들의 납득할 수 없는 주장에 부화뇌동해 오로지 피고인들을 위해서만 재판을 진행하고 맹목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겠다고 마음먹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섬뜩하면서도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항소이유서 처음 읽었을 때 이것이 과연 법률가가 작성한 문서인지 그것도 국가 사법의 한축을 담당하는 검사가 작성한 문서인지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며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심 재판부는 수십만쪽에 이르는 수사기록과 소송기록, 끊임 없이 이어지는 증인신문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 혼신의 힘을 다해왔고 판결 선고 당시 거의 반쪽이 된 재판부 얼굴에서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고 했다.

이어 "고결하게 숭고한 판결에 대해 아집, 고정관념에 가득한 검찰은 흑을 백이라고 강조하면서 항소를 제기하고 모욕까지 가하고 있다"며 "이 항소는 마땅히 기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