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 맞은 김건희…법정에서는 적극 주장 나설까

특검에선 진술 거부, 재판선 적극 소명 예고
尹 전 대통령은 조사·재판 불응…대조적 행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8.1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이 최근 김 여사를 구속기소하면서 이제 의혹 규명의 주 무대는 법정으로 옮겨졌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김 여사가 어떤 전략으로 재판에 임할지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29일 김 여사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씨 정치자금 수수, 건진법사를 통한 통일교 이권 청탁 등 세 가지 의혹과 관련된 혐의다.

김 여사는 그간 특검 조사에서는 대부분 혐의에 대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김 여사의 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김 여사는 지난 29일 특검팀의 기소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제게 주어진 길을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여사 측 변호인도 "재판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정면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우선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자신의 계좌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공모해 2010년 10월~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을 저질러 8억1000만 원 상당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은 제1차 시세조종(2010년 10월 20일 이전)과 제2차 시세조종(2010년 10월 21일 이후)으로 나뉜다. 1차 시세 조종의 경우 법원에서 공소시효 만료 판결이 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여사도 법정에서 2차 시세 조종 기간에 대해서만 다투게 된다.

김 여사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와 같이 권 전 회장을 믿고 계좌를 맡겼을 뿐 시세조종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특검팀이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 공모관계에 있다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공개될 증거에 따라 김 여사 측의 대응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팀) 박상진 특검보가 29일 서울 세종대로 특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2025.8.2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특검팀은 또 김 여사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총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적용했다.

김 여사 측은 김 여사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한 사실이 없고, 요구했더라면 사업가였던 만큼 계약서를 작성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통일교 지원 관련 청탁을 받고 합계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상 알선수재)에 대해서는 금품 수수 자체를 부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씨도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과 청탁성 요구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판 과정부터는 법정에서 특검이 제시한 증거와 김 여사 측의 반박 논리가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파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 여사의 이같은 적극 대응 예고는 윤 전 대통령의 태도와는 확연히 대조된다.

지난 3월 석방됐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의해 증거 인멸 염려를 4달 만에 재구속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이후 특검의 조사와 법원의 재판 출석에 모두 불응하고 있다. 내란 특검팀은 세 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강제 인치를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김건희 특검팀도 두 차례 체포영장을 집행하며 물리력까지 동원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으로 결국 집행에 실패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도 '건강상 이유'를 들며 연속 불출석해 현재 궐석재판로 진행되고 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