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부부 무속 논란' 사실이었나…특검 수사로 드러난 정황들

풍수전문가-김건희 13차례 통화…관저 후보지 방문 의혹 재점화
건진법사·명태균·천공 등 각종 의혹마다 등장하는 무속·역술인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한가위 명절 인사를 전했다고 대통령실이 13일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2024.9.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윤석열 정부 초기 때부터 풍문으로 돌았던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무속·역술 논란이 최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는 무속·역술인이 얽혀있다. 명태균 씨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특검팀의 정식 명칭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에도 등장할 정도다.

명 씨는 기업인이자 정치 브로커로 활동하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2024년 11월 공개한 명 씨의 공천개입 의혹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2022년 3월 대선 직후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와대에 들어가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보여진다.

녹취록에서 명 씨는 지인에게 "어휴 내가 뭐라 하데?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 뒷산 풍수지리가 좋지 않다는 취지로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 씨는 또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캄보디아 순방 때 김 여사에게 '꿈자리가 안 좋다'며 앙코르와트 방문 변경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 여사는 당시 앙코르와트 방문을 취소하고 심장질환 소년의 집을 방문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5일 서울 역삼동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법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특검 관계자들이 법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 2025.7.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전 씨는 일명 건진법사로 유사조계종 일광조계종 소속의 승려이나 서울 강남구 소재 법당을 차리고 무속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의 고문,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 네트워크본부 상임고문으로도 활동했다.

특검팀은 명 씨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와 지난해 4월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사건에 김 여사가 공모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전 씨의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관련해서는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전 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들을 받고 교단 현안에 영향력을 끼쳤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서울 한남동 소재 외교부 장관 공관을 사용하기로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외교부 장관 공관 모습. 2022.4.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특검팀은 최근 윤 전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풍수전문가가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관저 이전 과정에서 풍수가 등 비공식 라인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의 폭을 넓히고 있다.

김 여사는 2023년 7~9월 풍수 전문가 백재권 씨와 13차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씨는 풍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유명 정치인을 동물에 비유한 '동물 관상학'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2023년 7월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초 윤 전 대통령 멘토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이 공관 등 관저 후보자를 둘러봤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 폐쇄회로(CC)TV 등 확인 결과 천공 아닌 백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여사와 백 씨의 통화는 이 같은 경찰 수사가 알려진 2023년 7월 직후 집중돼 총 13차례 4시간 26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두 번을 제외하고 전부 발신자로 가장 긴 통화 시간은 1시간 35분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무속 논란은 정권 이전부터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당시 TV토론회에 손바닥에 한자로 왕(王)자를 적고 나와 논란이 됐다. 당시 윤 전 대통령 측은 지지자 분이 격려차 적어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경선후보자 5차 방송토론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바닥에 임금 왕(王) 한자가 적혀있다. (MBN 방송화면 캡쳐) 2021.10.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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