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학살 진실규명 각하' 피해자들 2심 패소에 "비상식적" 울분(종합)

法, 항소 기각…"외국인 사건, 진실규명 대상 아니라고 본 것"
"과거사법 초안 관여한 사람으로 자괴감…3기 진화위 신청할 것"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열린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 기자회견'에서 하미학살 50주기 위령제 당시 세워진 위령비 비문 액자를 공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4.2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베트남전 하미학살 사건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1부(부장판사 최수환 윤종구 김우수)는 13일 오후 하미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 씨(68) 등 5명이 제기한 진실화해위 각하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법정에서 항소 기각 이유를 상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과거사정리법상 진실규명 조사 대상에 외국인에 대한 인권 침해까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에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진실규명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영토적·인적 한계로 인해 조사나 진실규명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외교적 갈등 등도 야기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원고 측 대리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이날 선고 후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진실규명을 하지 않고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추정된다고 해도 진실규명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비상식적이고 대한민국의 빛나는 과거사 청산 역사를 근본부터 흔드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얼마나 수치스럽나"라고 반문했다.

피해자 응우옌티탄 씨는 화상 연결을 통해 "오늘 선고 결과에 너무도 실망했고 슬펐다"며 "재판부가 우리 피해자들에 대해서 무감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장완익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과거사정리법 법안을 발의하고 초안 만들 때 관여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논의되고 있는) 3기 진실화해위에 다시 한 번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하미학살 사건은 베트남 전쟁 중이던 1968년 2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주둔한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이 주둔지 인근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150여 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앞서 하미학살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2022년 4월 2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는 "과거사정리법은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해 전쟁 시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 적용되지 않는다"며 2023년 5월 각하 처분했다.

2기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은 지난 5월 26일에 종료돼 조사 활동이 중지된 상태다. 현재 3기 진실화해위 출범을 위한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국정기획위원회도 3기 진실화해위를 연내 출범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