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모바일 상품권 발행해 14억 中에 송금…징역 4년

환전책 60대 남성 "해킹으로 얻은 상품권인줄 몰랐다" 주장
법원 "상품권 판매·송금과정 책임지고 관리…실형 불가피"

서울법원종합청사 ⓒ 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일당과 공모해 모바일 백화점상품권 사이트를 해킹, 14억 원을 편취하는 과정에서 상품권을 팔아 중국으로 송금한 '환전책' 6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 모 씨(68·남)에게 지난달 22일 징역 4년을 선고하고 947만 3000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8월 17일 중국 해커들이 우리나라의 한 모바일 백화점상품권 발행업체 사이트를 해킹해 28억672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발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해킹된 모바일 상품권 PIN번호를 실물 상품권으로 교환하는 '교환책'에게 전달했고, '교환책'은 받은 실물 상품권을 '전달책'을 통해 상품권을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수거책'에 전달했다.

심 씨는 지난해 8월 중순 '수거책' 중국 국적 진 모 씨의 지시를 받아 14억84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판매, 현금화하고 이를 중국으로 송금하는 '환전책' 역할이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심 씨는 수수료와 자신의 몫을 합쳐 1000만 원을 제외한 상품권 판매대금 중 1억9000만 원을 진 씨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금액 약 12억 원을 환치기 방식으로 진 씨가 지정하는 3개의 중국 계좌로 나눠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심 씨는 진 씨로부터 받은 상품권이 해킹 범행으로 취득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정상적인 상품권이라고 생각하고 환전해 위안화로 송금했을 뿐이라며 공모관계나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적어도 자신의 행위가 이 사건 범행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 또는 예견했음에도 이를 용인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모관계 및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심 씨는 조사 결과 속칭 '환치기' 방식의 불법 외국환 거래 혐의로 2011년 벌금형을 받았고, 2016년에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환전한 혐의, 2021년에는 불법 외국환 거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전과가 있었다.

재판부는 "정상적으로 취득한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은 단순히 상품권 거래소를 소개한 것에서 더 나아가 상품권 판매 및 송금 과정을 책임지고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동종 누범기간 중에 범행에 가담한 점, 피해회복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체 피해 금액에서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취득한 이익의 규모, 피고인의 가정환경 및 부양 관계, 피고인도 정보통신망 해킹 사기 조직의 범행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