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이 폭행" 튀니지 여성 난민신청 거부…대법 "난민심사 대상"

1심 승소 후 2심서 패소 "입국 전 튀르키예서 난민 신청 가능"
대법 "튀르키예 난민법 심리 안 해…명백히 이유 없지도 않아"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6.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전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고 모국 경찰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에 난민 신청을 한 20대 튀니지 여성에 대해 난민 심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튀니지 출신 여성 A 씨(26)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A 씨는 2023년 8월 의료비자로 튀르키예에 입국해 체류하다가 같은 해 11월 19일 출국해 다음 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목적이 불분명해 입국 재심을 받던 A 씨는 '튀니지에서 전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당해 이혼했지만 그후에도 계속 폭행을 당했고고 튀니지 경찰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법 시행령 5조 1항 4호에서 정한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와 7호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A 씨를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다.

1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튀르키예에서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면 부당하게 거부됐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고, A 씨가 경제적 이유로 대한민국에 온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취지로 A 씨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에 해당하려면 △대한민국에 오기 전까지 거쳐온 국가에 재입국할 수 있음이 보장돼야 하고 △그 국가에서 난민 인정 신청을 할 경우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난민 요건을 갖춘다면 국제적 기준에 상응하는 난민 지위와 처우가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튀르키예의 난민법상 A 씨가 "실질적으로 난민신청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심은 A 씨에게 적용되는 튀르키예의 난민법제 등에 관해 심리하지 않았다"며 A 씨 상고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또 법령 규정상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대해 "주장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는 것을 넘어, 주요 사실에 관한 주장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거나 객관적 자료와 현저히 배치되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의 이유 없음이 명백히 드러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출입국외국인청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남편에 의한 폭력이라고 해도, 그 폭력이 전통적·문화적·종교적 이유를 토대로 제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야기·조장·방치되는 등으로써 여성에 대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면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신청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비로소 이유 없음이 밝혀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대한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법원으로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