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양수도 맡기세요"…믿었던 컨설턴트, 알고 보니 도박꾼

[사건의재구성] 부동산 사이트서 접근…컨설팅비 갈취
편취액은 도박 자금·생활비로…법원, 징역 5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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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넘기신다고요? 컨설팅 비용 150만 원만 주시면 양수자를 찾아드리겠습니다."

지난 2023년 4월,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매장을 양도하려던 A 씨는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양수자를 찾는 글을 올린 직후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자신을 '창업 컨설턴트'라고 소개했다.

자칭 컨설턴트 전 모 씨(30)는 "초기 컨설팅 비용 150만 원을 주면 양수자를 찾아주겠다"며 "한 달 내로 양수자를 찾지 못하면 전액 환불하겠다"고 제안했다.

A 씨는 전 씨를 믿고 150만 원을 보냈지만 결국 양수자도 찾지 못하고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 150만 원은 시작에 불과했다. 전 씨가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금액은 약 두 달간 6400만 원에 달했다.

사실 전 씨는 사실 컨설턴트가 아니었다. 어떤 직업도 갖지 않은 '무직' 상태였다. 컨설팅비 명목으로 편취한 자금은 모조리 전 씨의 도박 자금과 생활비, 채무 변제 등에 쓰였다.

A 씨에게 자금을 갈취한 전 씨는 같은 해 11월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물색했다.

이번에도 매장을 양도한다는 피해자 B 씨에게 접근해 자신을 창업 컨설턴트라고 소개했다.

전 씨는 이번에는 "매장을 양수할 사람을 찾았는데 초기 비용으로 250만 원을 지불하면 신경 쓸 일 없게 가게를 양도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겠다"고 했다. 또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초기 비용 전액을 환불하겠다"라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무직인 전 씨에게는 컨설팅 비용을 받더라도 피해자에게 점포를 양도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B 씨에게 받아낸 금액은 총 6650만 원에 달했다.

전 씨의 범행은 2023년이 처음이 아니었다. 시작은 2020년이었다. 전 씨는 4년여간 같은 사이트에서 이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5명으로부터 9억 8596만 원을 편취한 이력이 있었다.

결국 덜미가 잡힌 전 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총 3건의 사건이 병합됐으며 5명의 피해자들이 배상을 신청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9일 전 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배상액은 2억 140만 원에 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기망해 장기간에 걸쳐 점포 양도에 필요한 비용 명목의 금원을 편취한 후 도박 자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수가 많고 여전히 변제되지 못하고 남은 피해액의 규모가 크다"며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