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잘 되나" 가슴·음부 촉진한 한의사…대법원 "추행 맞다"

교통사고 치료 하러 온 환자 소화불량 진찰 명목 강제추행
1심 "고의 단정 어려워" 무죄→2심서 유죄…징역형 집유 확정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촉진(환자의 몸을 손으로 만져서 진단하는 것)을 빙자해 환자를 강제로 추행한 한의사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내밀한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의료인의 신체접촉 행위 등이 추행인지 문제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는 환자의 질병 또는 고통을 진단·완화·치료하기 위해 실시되고, 그 과정에서 환부 등 환자의 신체에 대한 접촉이 불가피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행위를 추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환자의 성별, 연령, 의사를 비롯해 해당 행위에 이른 경위와 과정, 접촉 대상이 된 신체 부위의 위치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진단·치료의 필요성 또는 위급성, 질병 등의 진단이나 증상 완화, 호전 등과 해당 행위의 연관성 또는 밀접성, 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의 객관적 상황, 그 행위가 해당 의학 분야에서 객관적·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진료행위로서 시술 수단과 방법이 상당했는지, 사전에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진료의 내용과 내밀한 신체 부위에 대한 접촉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등을 고려해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기준으로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그 진술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과 피고인의 행동에 따른 피해자의 심리 등이 포함돼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거나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를 상대로 직접 치골 부위를 촉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이고, 치골 부위를 촉진하기로 했다면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소화 불량이나 허리 통증 때문에 피해자의 가슴, 치골 부위를 촉진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진료기록부에 그와 같은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진료행위와 추행의 구분 및 추행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2020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의 소화불량을 진찰한다는 명목으로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치골을 보겠다'며 피해자의 치골 부위를 손가락으로 누르다가 음부를 눌러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가슴 부위 또는 성기 부위에 닿은 것이 추행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환자의 내밀한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하는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이뤄진 의료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과 판단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