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정위, '항공보험 독과점' 코리안리에 과징금 부과 정당"

공정위, 2018년 코리안리에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78억 부과
法 "코리안리 재보험특약, 배타조건부 부당 거래…경쟁 제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보험 재보험시장의 독과점을 이유로 코리안리재보험에 과징금 78억여 원을 부과한 것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코리안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항공보험 재보험 관련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지난달 5일 파기 환송했다.

앞서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1999년부터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특약'을 체결하면서 관련 시장을 독점화하고 잠재적 경쟁사업자를 배제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78억6500만 원을 부과했다.

재보험특약은 원수보험사와 재보험사 간 출재 대상 계약의 범위, 재보험사의 책임한도액, 출재수수료 등 기본적인 거래 조건을 사전에 정해 일정 기간 재보험 청약과 인수가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거래방법이다.

헬기나 중소형 항공기 사고를 대비하는 일반항공보험은 보험금액이 매우 커 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재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재보험특약은 1년 단위로 원보험사가 체결하는 보험계약 모두에 대해 자동적으로 체결되기 때문에 다수 재보험사업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과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자 국내 원보험사들이 우리나라 재보험사와 재보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국내 우선출재제도가 있었고, 지나친 요율경쟁을 막기 위해 국내 원수보험사들은 당시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로부터 협의요율을 구득할 의무가 있었다.

이 제도는 항공보험 영역에서 1993년 4월에 폐지됐음에도 코리안리는 매년 특약재보험 계약을 갱신하면서 위험 전량을 자사에 출재하도록 하고, 요율구득의무 조항을 두었다.

하지만 특약을 체결한 국내 일부 원수보험사가 코리안리를 거쳐 보험요율을 구득하지 않고 해외 재보험사로부터 직접 보험요율을 구득해 입찰 공고된 보험계약을 낙찰받거나 계약 체결을 시도하려 하자, 코리안리는 2006년 해당 원수보험사들에게 특약 위반을 이유로 제재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항의했다. 또 보험요율을 제공한 해외 재보험사에 대해서도 국내 원수보험사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국내 보험사와 해외 재보험사 간 거래를 방해했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특히 자신이 인수한 위험을 재재보험 형태로 다시 국내 보험사들에게 재출재하며 '특약 체제'의 배타성과 구속력을 강화했다고 봤다.

재판 쟁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코리안리가 거래상대방들에 대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도록 하는 '배타조건부 거래'를 했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요율구득의무 조항이 배타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부과 처분이 다시 산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하면서 코리안리 손을 들어줬다. 국내 보험사들이 사무처리 등 편의를 위해 코리안리와 재보험특약 체결을 선호하고 있었고 코리안리가 특약 체결을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거래상대방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조건에 대해 자발적으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경쟁사업자의 해당 시장에 대한 진출이 방해됨으로써 경쟁제한적 효과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해당 조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일방적·강제적으로 부과된 경우와 다르지 않다"며 '배타조건부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행위를 하였을 때 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한 배타조건부 거래행위를 하였는지 판단하는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정위가 코리안리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항공보험을 인수하기 위해 순보험요율을 구득하는 경우 이를 제공하는 것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부과한 시정명령에 대해서는 "국내 손해보험사가 순보험요율 제공을 요청한 적도 없고, 통상적인 관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취소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