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총련 연루 45년만에 재심 무죄…"체격 좋던 아버지, 치아 다 빠져"

"강압 의한 허위 진술" 주장했으나 징역형…유족 "고문 등 가혹행위"
재판부 "불법 구금 상태 가혹행위…원심 법정진술 등 증거능력 없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피해자가 45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불법 구금 상태로 물·전기 고문 등 각종 가혹행위 아래 이뤄진 허위 자백 진술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1부(부장판사 최보원 류창서 정혜원)는 지난달 17일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고(故) 노 모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달 25일 확정됐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 해군으로 복무하다 1973년경부터 외항선원으로 종사하던 노 모 씨는 재일교포 누나와 매형 등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구성원에게 금품을 받고, 회합했다는 혐의 등으로 1980년 5월 기소됐다.

노 씨는 그해 10월 법원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2월 항소심에서는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년 6개월·자격정지 1년 6개월이 선고됐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법원은 지난 2024년 노 씨 가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재판을 시작했다.

재심 재판부는 노 씨가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가혹행위 당한 점을 인정하며 원심에서 나왔던 노 씨와 유족들의 법정·수사기관 진술,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노 씨가 당한 가혹행위를 인정하는 데는 노 씨 본인을 비롯한 유족들의 진술이 뒷받침됐다.

노 씨의 아들은 지난 2022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서 "당시 검은색 지프차를 타고 온 남자 2명이 부산에 있는 저희 집으로 와서 아버지에게 같이 좀 가자고 했다"며 "이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아버지를 처음 만났는데 40대 중후반으로 체격도 좋으셨던 아버지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제가 못 알아볼 정도로 치아도 노인처럼 다 빠지고 살도 빠져 초췌하고 어딘가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자녀는 어머니로부터 노 씨가 전기 고문, 잠을 안 재우는 고문, 물고문,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는 고문 등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노 씨 본인 역시 원심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정보부에서의 진술은 강압에 의해 허위 진술된 것이 많다', '사전 준비 작성된 각본으로 혹독한 고문과 매를 치며 협박 공갈·기만 등으로 유도 신문해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재심 재판부는 노 씨가 작성했다는 95쪽 분량의 '자백 진술서'도 믿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술 순서가 기억과 의식의 흐름보다는 공소사실에 맞게 작위적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3~4년 전 일에 대해 매우 상세하고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일반인이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