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 살해 30대 '심신미약' 인정…1심 20년→2심 13년 감형
법원 "조현병 분명…치료법 택해 지속 노력"
"'계획적 망상' 이유로 가중처벌 회의적…적절히 치료 중"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현충일에 서울역 지하보도 입구에서 노숙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2심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유동균)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치료감호 각 10년 명령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전문가 소견으로 미루어 판단했을 때 "피고인의 정신 상태는 조현병이고 심신미약이 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감경하지 않은 원심의 조치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본 법정은 치료 기록 등을 고려할 때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 씨는 2024년 6월 6일 서울역 인근에서 60대 노숙인 B 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숙인을 죽여야 한다'는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범행 후 경찰에 자수했으나 검찰 조사 단계에서 "처음부터 B 씨를 죽일 마음은 없었고 B 씨가 먼저 달려들어 살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폐쇄회로(CC)TV, 법의학 감정,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A 씨가 미리 인터넷으로 범행 장소를 검색한 뒤 답사하고 식칼을 준비해 B 씨를 발견하자마자 살해한 계획 범행이라고 결론지었다.
법원에 제출된 진료 기록 등에 따르면 A 씨는 2014년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 치료를 중단했다가, 2017년 다시 조현병 진단을 받고 2018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는 천도재를 지내고 빙의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외래 치료를 주기적으로 받았다.
2023년에는 주사제를 맞으며 증상이 크게 호전됐는데, 부작용으로 인해 먹는 약으로 바꾸었다. A 씨는 증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느껴지자 스스로 복용을 중단했다. 범행을 저지른 것은 그로부터 두 달 뒤의 일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병식(환자가 병에 걸린 상태를 인식하는 것)이 부족했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던 점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형사책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잘못인지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병을) 방기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치료 방법을 선택했고 지속적으로 노력한 것 같다"며 "치료 부족으로 책임을 감경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망상이 계획적이라는 이유로 가중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며 "당심의 태도로 보아 적절한 치료가 되고 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피해자의 특성상 연락처를 찾기 어렵고, 범죄 피해자 구조금을 납부할 길이 있었기에 피고인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노력했다는 데 부족함이 없어 양형에 참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족들은 조현병을 오래 앓아 온 피고인을 포기하지 않고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범행에 사회가 많이 사죄하는 의사를 밝힌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1심은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렸다.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는 아니지만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며 "예방적 관점에서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조현병 증상이 살인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며 "정신적 증상이 범행에 연결되지 않기 위해 치료감호가 필요하고, 석방돼도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통해 보호 관찰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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