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독점 중계권' 대가 억대 뒷돈 혐의…KBO 임원 1심 무죄

"중계권 획득 경위, 내부 정책적 판단으로 볼 수 없어"
중계권 판매 대행업체 대표 징역형 집유…"장기간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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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프로야구 독점 중계권을 유지해주는 대가로 중계권 판매 대행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자회사 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24일 배임수재,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중계권 판매 대행업체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에이클라) 대표 홍 모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 씨는 KBO내 수익담당 부서인 KBOP가 에이클라가 독점하고 있는 IPTV 중계권을 다른 케이블 3사에게도 주기로 결정하자, 수익 감소를 예상한 홍 씨로부터 독점중계권을 유지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이 씨는 2013년 4월~2016년 8월 아마추어 야구 기자인 배우자가 에이클라에 기사 작성 등 용역을 제공하는 것처럼 가장해 41회에 걸쳐 총 1억 95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씨 측은 "특혜를 부여할 권한이 없었으므로 배임수재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방송 중계권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해 에이클라(독점중계권 유지를) 유도할 수 있는 권한과 지위가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에이클라의 2013년 프로야구 1일 2경기 중계권 획득 경위가 내부의 정책적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러 증거와 사정을 종합했을 때 이 사건 콘텐츠 공급계약이 청탁 대가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중계권을 청탁하려는 의사로 콘텐츠 공급계약에 적극 개입해 대금을 지급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홍 씨는 운영하는 인터넷 게임업체 A 사 등 3개 업체 자금을 빼돌려 1억 9500여만 원을 이 씨에게 준 혐의를 받았다.

여기에 A 사 등의 자금으로 2014년 4월~2018년 12월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전직 KBO 임원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3억 1000여만 원을, SPOTV 등의 자금으로 2013년 2월~2014년 7월 아파트 분양대금과 개인채무 변제를 위해 7억 8280만 원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홍 씨 측은 "횡령, 불법 영득 의사가 없었고 손해가 없어 업무상 횡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 씨 배우자에게 지급한 돈이 각 회사의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고, 임의로 회사 자금을 쓴 것으로 횡령의 고의와 불법 영득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문료 명목 금전 지급 부분 역시 "회사의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고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고문 위촉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SPOTV 자금 사용 중 1억 3000만 원 부분은 "다른 계좌이체 내역이나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사정에 비춰 봤을 때 불법 영득 의사로 횡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 및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씨에 대해 "에이클라가 성장했음에도 자금 관리와 회계처리를 방만히 했고 2014년부터 6년 간 횡령 범죄를 저질렀으며, 개인 친분 유지로 회사에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상적 경영 판단에 따라 횡령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