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불법구금에 허위 자백…'반공법 위반' 48년 만에 재심 '무죄'

북한 찬양 누명…군사정권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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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북한을 찬양했다는 누명을 쓰고 경찰에 연행돼 고문을 당한 뒤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남성이 사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안희길 조정래 이영광)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박 모 씨의 재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형 확정 이후 48년만이자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19년 만이다.

박 씨는 1975년 인천시 강화군 소재 논둑에서 마을주민과 새참을 먹고 쉬던 중 북한 지역에서 포성 소리가 들리자 "이남에서 인민군을 1대 1로는 이기지 못하고 적어도 1대 10은 돼야 한다"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 "정치가 김일성보다 더해가고 있다"고 불평을 일삼고, 마을주민 A 씨의 집 안방에서 "6·25 같은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동네에서는 서로 찔러 죽일 거다"고 말한 혐의도 있다.

당시 수사기관은 박 씨가 이같은 발언을 통해 민심을 교란하고, 북한 군사력의 우월성을 찬양하여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했다고 봤다. 법원도 박 씨의 발언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박 씨의 딸은 '아버지가 경찰의 가혹행위에 못 견뎌 허위로 자백한 것일 뿐 증거능력이 없다'며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수사 기록과 이후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고인이 경찰로부터 불법 구금과 고문을 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경찰관들이 박 씨뿐만 아니라 다른 참고인에게도 가혹행위를 하며 진술을 강요한 점, 참고인 각서를 대서한 점 등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심리적 억압 상태가 계속된 채로 자백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에게 찬양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반공법에 규정된 것처럼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공소사실 기재의 발언을 했더라도 그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