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자 배한섭 씨, '강제징용' 미쓰비시 손배소 승소…"1억 배상"
강제징용 피해자들 '개인청구권 인정' 대법 전합 판결 후 잇달아 승소
법원 "일본법 이유로 반인도적 행위 배상채무 면탈 용인 어려워"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2차 대전 당시 일본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 징용공으로 끌려가 원자폭탄 피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 배한섭 씨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9단독 이진영 판사는 배 씨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가 배 씨에게 1억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배 씨는 1943년경 일본 정부로부터 징용 통지를 받고 미쓰비시가 운영하던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징용공으로 일했다. 배 씨는 강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조선소 옆의 기숙사에 거주하다가 1945년 8월 9일 미국에 의해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시에 투하되자 피폭돼 상해를 입었다.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그동안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에 힘겨운 싸움을 하거나 소를 포기해 왔다.
그러다 2012년 5월24일 대법원에서 개인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후 하급심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이 이어졌고, 배 씨도 2020년 8월 법원에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배 씨의 재판을 맡은 재판부 역시 이 같은 대법원 전합 판결을 근거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미쓰비시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배 씨의 진술 등이 신빙성이 있다며 강제 동원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 씨는 나가사키시 등을 피고로 해 피폭자 건강수첩 신청 각하 처분 취소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는데 2019년 1월 8일 자 나가사키지방재판소 판결은 배 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일본에 오고서 피폭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에도 불합리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점이 없고 내용도 구체적이며 자연스러워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가사키시가 배 씨에 대한 연금 기록 유무를 조회했는데 원고의 연금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회신한 사실, 또 조선소로 배 씨의 재적증명서 교부를 의뢰했는데 자료가 현존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원폭 투하로부터 70년 이상 경과했고 기록이 흩어져 없어지는 것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보이는 점 등은 배 씨가 강제징용 당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구 미쓰비시 중공업이 현재 미쓰비시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영업재산, 임원, 종업원을 실질적으로 승계해 회사의 인적, 물적 구성에 기본적인 변화가 없었다"며 "전후처리 및 배상채무 해결을 위한 일본 국내법을 이유로 구 미쓰비시 중공업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가 면탈되는 결과로 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비춰 용인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법행위의 내용과 그 불법성의 정도, 당시 배 씨의 나이, 강제 동원의 경위, 강제노동으로 고통받은 기간, 당시 환경과 자유 억압의 정도 등 육체적·정신적 피해의 정도, 불법행위 이후 현재까지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미쓰비시의 태도, 유사 사건과의 형평,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 수준이 크게 상승했고 불법행위일부터 장기간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지 않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는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1억 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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