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서류 제대로 송달 안됐다면 소취하 아냐"…대법 "다시 재판"

소장에 적힌 주소는 '폐문부재'…변호사 전달 받다 항소심부터 못 받아
대법 "서류 송달절차 부적법…2심 재판 다시해야"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소장에 적힌 당사자 주소가 틀려 제대로 소송서류가 송달되지 않았다면, 당사자가 이후 변론기일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소를 취하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유치권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소송 종료선언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자산유동화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인 A사는 농업회사법인 C사 소유의 재산에 대한 근저당권과 대출채권을 양수했다. C사에 약정금 채권을 가지고 있던 B씨가 유치권을 주장하자, A사는 B씨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A사는 소장에 B씨의 주소를 적어냈는데, 해당 주소지로는 '폐문 부재'를 이유로 소장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B씨는 며칠후 집배실을 직접 방문해 소장 부본을 수령했고, 이후로는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소송 서류를 전달받았다.

1심은 지난해 4월 "B씨가 주장하는 유치권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런데 2심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항소심에서 B씨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서 소송 서류가 B씨에게 제대로 송달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B씨에게 석명준비명령 및 1,2차 변론준비기일통지서를 송달했지만 송달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이유로 반송됐다. 결국 법원은 서류들을 송달간주처리하고 B씨 측의 참석 없이 지난해 8월과 9월 변론기일을 총 2회 진행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한 후 소송위임장과 변론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했지만, 2심 재판부는 12월 항소취하간주로 소송을 종료했다.

민사소송법 제268조는 양쪽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2회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했더라도 변론하지 않은 경우에는 한 달 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는 "항소 이후 아무런 서류를 송달받지 못해 항소심 진행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법원이 변론기일통지서 등 소송서류를 발송송달한 것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진행시 같은 주소로 송달했고 2회 폐문부재 후 B씨가 집배실을 방문해 서류를 수령해 송달이 이루어진 점, B씨가 제출한 항소장에 기재된 주소도 동일한 점 등을 비춰보면 해당 주소는 적법한 송달장소에 해당한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2심 법원의 소송 서류 송달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이 규정하는 '변론기일에 양 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한 때'란 양 쪽 당사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송달을 받고도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며 "변론기일의 송달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면, 비록 그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1심 과정에서 변호사를 통해 소송서류를 받았을 뿐 직접 서류를 송달받은 적 없는 점, 이후 항소 제기 당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점, A사가 1심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투자약정계약서에는 B씨의 주소가 다른 곳으로 적혀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소송 서류가 송달된 주소가 B씨의 '생활근거지'로서 '소송서류를 받아 볼 가능성이 있는 적법한 송달장소'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론기일통지서 등의 송달이 적법하다는 전제에서 B씨의 항소는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