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 환수 물꼬텄다…전두환 추징금 소송 '1등 공신' 최지은 검사
서울행정법원, '오산 땅' 소송서 캠코 손…55억 추가 환수 가능
신탁회사 "압류,공매 무효"vs檢 "적법절차 진행" 치열 공방 벌여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소송의 사안 자체가 특이하기 때문에 선례가 없었습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불법 재산 추징에 대한 법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 가장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소송에서 승소하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최지은(43·변시2회)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나온 데 대한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소송은 전씨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오산시 임야 3곳과 관련된 소송이다. 해당 임야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전씨의 차남 재용씨에게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국세청 등은 2017년 전씨의 체납 세금을 받기 위해 해당 임야들을 공매에 넘겼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공매 절차에 따라 부동산을 매각한 후 매각대금 중 55억원을 3순위 채권자인 서울중앙지검에 배분했다.
그러자 부동산을 관리하던 교보자산신탁은 두 갈래의 소송을 진행했다. 하나는 '압류가 부당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캠코의 공매대금 배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이다. 다만 이번 소송은 2009년 전재용씨가 대표이사였던 비엘에셋 측에 250억원을 대출해주며 오산땅을 담보로 잡은 부림저축은행 등 9개 대주단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전씨의 추징금 집행을 맡은 검찰이 이 소송들에 피고 보조 참가인으로 참가하면서, 최 검사도 사건을 맡게 됐다. 최 검사는 "공매대금 처분 취소 소송은 있었지만,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 및 그 소유권이 불분명한 상황에서의 집행은 정확히 법리가 확립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송 과정에서는 해당 부동산들이 불법재산에 해당하는지, 신탁회사가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교보자산신탁은 압류 관련 소송에서 "불법재산임을 몰랐다"며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해당 재산은 공무원범죄몰수법상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교보자산신탁도 이러한 정황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압류처분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공매 절차 관련 소송도 수월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새로운 쟁점이 떠올랐다. 바로 전씨의 사망이다. 현행법상 몰수·추징 집행은 재판을 받은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고,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집행이 불가능하다.
최 검사는 "당사자 사망으로 처분이 소급해서 무효가 되는지, 그대로 진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공방이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당사자가 사망했다고해서 그 전에 내려진 배분 처분이 위법하다거나 무효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7일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대금 배분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비용 일체를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의 적극적인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전씨가 사망하기 이전에 배분처분이 적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전씨의 사망이라는 처분 이후 발생한 사실관계 변동으로 소급적으로 위법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최 검사는 "법원은 신탁회사인 원고가 해당 부동산이 전두환 일가의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고 있어 신탁제도를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신탁재산에 대해 추징의 집행이 허용되며, 이미 이루어진 배분 처분은 당사자의 사망이라는 사실관계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이미 진행 중인 소송 외에 국가가 새롭게 소송을 제기해 추징금을 환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소송이 전씨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환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원고 측은 아직 항소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최 검사는 "만약 항소심이 진행된다면, 더 잘 면밀히 검토해서 1심과 같은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