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누명' 납북귀환어부들 "50년 기다린 재심…검찰 무성의로 연기"
납북귀환어부 재심 첫 공판서 검찰 기일연기 요청…10분만에 종료
재심 당사자들 "검찰, 공익 대표자 역할 포기…공수처 고발할 것"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납북귀환어부들이 "5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검찰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며 직무를 유기했다"며 규탄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삼거리에서 춘천지검의 직무유기를 규탄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동해안에서 고기를 잡으려다 납북된 뒤 1972년 9월 귀환한 어부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지만 간첩으로 몰려 불법 수사를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재심개시를 결정한 후 검찰에 지난 2월3일 첫 공판기일을 통지했다.
춘천지법은 지난달 31일 첫 재판을 열었다. 하지만 검찰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일연기를 신청했고 재판은 10분만에 종결됐다. 새벽부터 법정을 찾은 김영택씨(93)를 포함한 30여명은 법정에 서지도 못한채 귀가했다.
김춘삼 피해자모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1월7일 재심 결정이 나왔는데, 3월31일 공판에서 검찰이 준비가 안되어있다고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93세의 나이드신 분들이 법정에 왔다가 아무말 없이 가게한 것은 검찰의 폭력이자 횡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검찰이 선배들이 잘못한 일을 오늘날까지 질질 끄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의식적으로 포기한 검찰의 직무 유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납북귀환어부로 처벌을 받고, 그후 군대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두차례 옥살이를 한 김영수씨가 참석했다.
김씨는 "50년전 아버지 생일상을 차려드리려고 돈을 벌고자 오징어를 잡으러갔다가 납북돼 1년간 억류됐다"며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견디다 속초항에 돌아왔으나 바로 속초시청으로 끌려갔고, 이후 한사람씩 여인숙으로 끌려가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어려서 세상물정도 모르고 간첩이 뭔지도 모르는데, 수사관들이 왜 지장을 찍으면 살려준다면서 욕을 하고 고문을 하는지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면서 "간첩 누명으로 옥살이를 하고 출소하니 부모님은 화병으로 떠나시고,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고통은 나 하나만의 고통이 아니고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겪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살수 있도록 원통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해와 전라남도 등 전국각지에서 모인 피해자들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접수한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춘천지검 지휘부와 공판검사에 대한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