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기준' 없어도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정당"…대법 판단은 '달랐다'

1·2심 "구체적 규정 미비…학교 신설 필요성 없어"
대법원 "합리적 기준 마련 가능…수요 없을 것으로 단정못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재개발사업을 시행한 조합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치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록 관련 법에 구체적 규정이 없더라도 합리적 기준에 따라 부담금을 산정했다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부산 연제구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진행한 A조합이 구청장을 상대로 "부담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조합은 총 878세대 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주택재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연제구청장의 사업시행계획인가와 일반분양승인을 받은 뒤 모든 세대 분양을 마쳤다.

연제구청장은 구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학교용지법)에 따라 878세대 중 일반분양 562세대에 대한 총 분양대금 1900억여원에 부과율 0.8%를 곱한 15억여원을 학교용지부담금으로 산정해 A조합에 부과했다.

학교용지부담금은 학교용지확보 재원 마련을 위해 개발사업지역에서 공동주택을 분양하거나 단독주택 택지를 분양하는 자에게 물리는 부담금이다.

A조합은 부담금 부과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는데 1심에 이어 2심도 A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학교용지법은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시 아파트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가구별 아파트 분양가격×0.008'로 산정한다고 규정할 뿐 부담금 산정을 위한 구체적인 가구 수의 산정방법, 분양가격 산정방법 등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에는 정비사업 구역 내 거주하는 가구 수 변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가구 수를 산정하느냐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지만 명확한 규정은 없다"고 부연했다.

또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인근에 새로 학교를 짓거나 기존 학교 건물을 증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담금 부과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학교용지부담금 부과가 정당하다는 취지다.

비록 학교용지법과 시행령, 조례 등에 구체적인 가구 수와 분양가격 등의 산정방법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지만 부과관청은 개발사업으로 인해 유발된 학교시설 확보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합리적 기준에 따라 가구 수의 증가분과 분양가격을 산정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학교용지법 입법 목적과 체계, 규정 취지에 비춰 볼 때 부담금 부과는 사업구역 내에 실제 거주했던 가구 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 신설 필요성이 없는데도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원심 판단도 뒤집었다.

대법원은 "학교시설 확보 필요성은 그간 누적된 수요가 기존 학교시설 수용 한계를 초과하는 때에 비로소 발현된다"며 "사회적 인식과 교육정책 변화 등에 따라 같은 수의 학생을 수용하는 종전보다 더 많은 학교시설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유입과 지역적 상황 변화 가능성, 교육정책적 목적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사업구역 인근 지역에 학교 신설의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