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내 돈 내놔"…'우발적 범행' 주장한 살인범의 최후
"돈 때문에 겁주려고 했다"…재판 막판까지 뉘우침 없어
재판부 "진지한 반성 없어" 징역 30년 선고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하나만 물어볼게요. 피해자나 유족에게 할 말 없나요?"
지난 7월2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 안동범 부장판사가 피고인 장씨(55)에게 한 질문이다. 3시간30분 넘게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이 마무리 되는 시점이었다.
장씨는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못 받아서 겁을 주려고 했다"며 피해자 A씨(49)를 살인할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판사가 재차 해명의 기회를 주자 장씨는 뒤늦게 "A씨와 유족에게 진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장씨는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5월부터 줄곧 "A씨에게 농락 당하고 속았다"며 A씨가 잘못했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의 판단을 받아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고 싶은 모양새였다.
장씨는 지난 2월22일 오후 6시33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40대 피해자 A씨를 살해하고 달아났다.
장씨는 우발적 살인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내용과 장씨가 사건 당일 흉기를 지참한 점, 범행 장소에서 A씨를 대기했던 점을 종합해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검찰 역시 장씨가 A씨 사무실을 찾아내거나 그의 동선을 따라다니는 등의 행위를 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실제로 장씨는 A씨에게 건물명도 소송 관련 합의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범행 전날 A씨 사무실을 찾아가 돈을 요구해 112신고로 귀가조치됐다.
하지만 장씨는 다음날 A씨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들로 A씨를 총 26회 찔러 살해했다.
이에 검찰은 장씨가 계획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장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피해자에게서 받을 돈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아무런 죄책감을 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해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영구히 사회와 격리돼 평생 잘못을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장씨는 재판에서 줄곧 A씨와의 몸싸움 도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후 진술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며 "죽을 죄를 지었다"며 "사람이 사람을 죽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저는 그런 성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장씨는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고 유족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피해자로부터 돈을 돌려 받지 못해 찾아가 협박 목적으로 흉기를 가져갔거나 피해자와의 몸싸움 도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유리한 정상이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장씨는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장씨는 선고가 내려지자 주저앉아 있다가 법정을 빠져나갔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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