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료된 '장애인스티커' 붙인채 일반주차…1·2심 유죄, 대법 무죄 왜?

1·2심 벌금 150만원…"마치 장애인차인 것처럼 외부 표시"
대법 파기환송 "일반 구역에 주차, 본래 용도로 사용 안돼 무죄"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유효기간이 지난 장애인 주차 스티커를 제거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5월 부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댔다가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로 기소됐다. 차량 앞유리에는 구청장 명의의 공문서인 '장애인 사용 자동차표지(보호자용)'가 붙어있었는데, 이 표지는 6개월 전 효력을 잃은 상태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주차한 공간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아니므로 공문서 본래의 용도에 따른 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은 "장애인 사용 자동차표지는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를 지원하는데 편리하도록 장애인이 사용하는 자동차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표지"라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는 장애인 사용 자동차표지의 용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량을 주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용권한이 없는 장애인 사용 자동차표지를 승용차에 비치해 마치 장애인이 사용하는 차량인 것처럼 외부적으로 표시했다"며 "이는 장애인 사용 자동차표지를 부정행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원심은 기간이 만료된 장애인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는 자체만으로도 공문서부정행사죄가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표지를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했다고 볼 수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우선 대법원은 공문서부정행사죄에서 '부정행사'의 의미를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칫하면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염려가 있어 공문서부정행사죄에 관한 범행의 주체, 객체, 행태를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 처벌범위를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해야 한다.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된 공문서를 권한이 없는 자가 사용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공문서 본래의 용도에 따른 사용이 아닌 경우에는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A씨가 효력을 잃은 장애인 사용 자동차표지를 이용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이득을 본 것이 아니므로 표지를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장애인 사용 자동차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장애인 사용 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단순히 이를 차에 비치했더라도 표지를 본래의 용도에 따라 사용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