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號 100일'…법무행정 '호평' 인사·검수완박 대응 '호불호' 갈려
이민청·촉법소년 공론화…4·3사건·인혁당 구제 '탈진영' 행보
총장공백 장기화·검수완박 대응 등 檢관련 업무 엇갈린 평가
- 심언기 기자,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박주평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부 수장에 깜짝 발탁된 후 굵직한 현안들을 주도하며 광폭행보를 보여왔다는 평가다.
정책 측면에서는 그동안 소외됐던 법무행정 분야에서 진일보한 개선책을 제시하고 탈진영급 결단들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강경 일변도의 '검수완박' 대응과 검찰의 대대적 전정부 관련 수사로 야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한 장관의 행보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민청·촉법소년 하한 공론화…제주 4·3 사건, 인혁당 피해자 구제
한 장관은 석 달여 짧은 기간임에도 교정직 처우 개선과 이민청 설치 검토 지시, 촉법소년 연령하한 논의 등 비(非)검찰 업무에서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다.
우선 취임 2주만에 '교정직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 및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이행 과제'를 추진해 직원 수당을 현실화했다. 또 후생복지와 근무 환경을 개선해 교정공무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첫 정책 현장방문지도 청주교도소였다.
16년간 쳇바퀴만 돌던 이민청 설립도 한 장관 취임 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민 관련 업무를 통합·관리할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민청 설치 검토를 지시했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실세 장관이 의욕을 보이면서 이민청 설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다.
전과자 양산 우려와 시민단체 반발 등으로 역대 법무부 수장들이 부담을 느껴온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 논의도 한 장관이 총대를 멨다. 흉포범죄 위주로 제한해 형사처벌하는 중재안을 제시하는 한편, TF(태스크포스) 구성을 통해 법령 개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제주 4·3 사건과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지시는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결단으로 호평을 받았다. 법무부와 검찰은 한 장관의 지시에 따라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 대상을 확대하고, 인혁당 사건 피해자의 지연이자를 면제하는 전향적 조치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대상 확대에 대해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호평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인혁당 피해자 구제조치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 장관이 잘했다"고 했다.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시행령 개정 반격…수장 공백 속 檢인사 논란
법무행정 영역에서 의미있는 결정과 개혁이 대체로 호평 일색인데 반해 검찰 관련 업무에서는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지나치게 검찰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한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금융증권범죄 합수단 부활을 선언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단(서울동부지검)이 출범했고, 올 하반기에는 서울북부지검에 조세범죄합수단 신설이 예고된 상태다.
검찰의 직접수사 확대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 검수완박 입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검찰에 힘을 싣는 조치들도 잇따라 밀어붙였다. 조직개편을 통해선 국제범죄수사부, 조세범죄수사부 등 전담 수사부서를 부활시켰고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도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장관의 검찰 친화적 조치는 시행령 개정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을 한 달 앞둔 지난 11일 '검수완박'의 우회로를 만드는 대통령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2대범죄에 관한 포괄적 '정의'를 새로 제시하는 한편, 수사가능 범죄의 죄목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공직자·선거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무고·위증죄 등을 인지수사 범위에 포함하고, 중요경제 수사개시 범위 제약도 삭제해 오히려 기존보다 검찰 운신의 폭을 넓혀준 면도 있다.
검찰 인사도 측근들의 승진·발탁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 인사들이 대거 약진했고, '친문' 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검찰을 떠났다. 특수통에 편중됐다는 지적 역시 상당하다. 실력 있는 검사들이 지난 정부에서 과도하게 불이익을 받은 반대급부란 시각도 있지만 요직이 '친윤' 검사들로 채워진 데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100일 넘게 이어진 검찰 수장 공백 속에 이뤄진 세 차례 인사는 한 장관의 검찰 직할체제 논란을 불러왔다. 이원석 직무대리가 지명되며 '총장 패싱' 우려가 다소 해소됐지만, 총장 없이 단행된 인사의 적절성에 대해선 뒷말이 많다.
◇법조계, 법무행정 '긍정' 평가…"검찰 인사 일방적, 현정권에도 성역없길"
법조계 안팎과 학계 등에서는 한 장관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 평가가 많다. 그간 다소 홀대받아온 법무행정 영역에 관심을 쏟은 점이 많은 호평을 받았다. 반면 검사 출신인 한 장관이 검찰 업무를 만기친람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비판을 받는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교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촉법소년 연령 문제도 예방적인 기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금까지가 총론이었다면 이제는 각론에 들어가서 그 일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만 (산하업무로) 두고 있는 건 아니고 출입국 문제나 이민 문제, 교정청 문제 등 상당히 할 일이 많지 않으냐"며 "과거 다른 장관들보다도 검찰청 외 다른 분야에도 신경을 상당히 쓰는 것 같아서 잘 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민 교수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선 "수사는 지나간 일에 대한 조처 아닌가. 지금 현 정권도 조금 있으면 권력형 비리 등 문제가 쌓일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한동훈 장관이 현정권에 대해서도 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부인이라든지 진짜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과 원칙을 강조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법무행정의 기본적 틀을 그쪽으로 잡은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검찰총장 공석이 너무 장기화됐고, 총장 없으니 (검찰 인사가)일방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검수완박 관련한 시행령 문제는 법과 원칙이라는 것에 비춰보면 경계선상까지 온 느낌"이라며 "'등'이라는 글자 하나를 가지고 검수완박 입법 자체를 무력화하게 되면 그건 법 위반이 분명해진다. 아무리 '등'이라고 했어도 결국 6대범죄 중에서 4개를 뺀 게 법률 취지인게 분명한데 그걸 '등'으로서 되살린다는 건 법 해석의 원칙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eonk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