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담합' 현대오일뱅크, 93억 과징금 취소 소송서 '패소'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곽종훈)는 현대오일뱅크가 "담합 행위에 가담한 적이 없으므로 93억원의 과징금 납부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담합 행위를 한 점이 드러나 공정위로부터 192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SK주식회사가 같은 내용으로 낸 소송에 대해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07년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해 SK주식회사, GS칼텍스, 에쓰대시오일 등이 휘발유ㆍ등유ㆍ경유 등 경질유 제품 가격을 담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는 "선발주자로 고객충성도가 높은 SK나 GS와 달리 후발주자로서 고객충성도가 낮아 에쓰오일과 시장점유율 3위를 놓고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담합에 가담할 이유가 없었다"며 담합 가담 사실을 부인했다. 

또 "공동행위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정유사가 정한 가격이 실제 판매가격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으므로 부당 경쟁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에쓰오일과 마찬가지로 수차례 담합에서 이탈했는데도 에쓰오일만 과징금을 30% 감액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도 반박의 이유로 내세웠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정유사의 문건을 살펴보면 원고와 다른 정유사들 사이에 가격에 관한 교섭과 합의가 있지 않았다면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내용이 들어있다"며 현대오일뱅크 등 가격 담합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원고를 비롯한 3개 정유사들이 일정한 시기에 가격을 일정 범위에서 유지하거나 변경하는 행위가 인정되므로 그 범위에서 가격경쟁이 감소하는 것은 명백하다"며 가격 담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도 인정했다.

또 SK가 에쓰오일에 대해서만 가격 이탈을 문제삼은 점을 들어 에쓰오일에 대한 과징금 30% 감액 결정은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