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서울대 교수 '제자 성추행' 무죄에…학생·여성계 "사법정의 역행"

서울대인 공동행동 "항소심 엄벌 촉구…피해자 연대할 것"
국참 재판 1심,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평결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 등 학생·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2022.6.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서울대학교 학행들과 여성·시민단체들이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제자 성추행 무죄 1심 판결을 두고 '사법정의의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29일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공동행동) 측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 전 교수의 1심 무죄판결은 불평등하고 불합리하며 다른 피해자들마저 위축시키는 판결로, 사법정의의 역행"이라며 "사법부가 부정의한 판결로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을지 끝까지 지켜보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A 전 교수는 2015년과 2017년 해외 학회에 참석하면서 동행한 제자 B씨의 머리를 만지고 팔짱을 끼게 하거나, 허벅지 안쪽 흉터를 만져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지난 7, 8일 이틀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로 A 전 교수의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평결했고,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공동행동 측은 "(A 전 교수는) 피해자의 공론화를 조력자들이 조작한 '기획 미투'라고 주장했다"며 "재판에서 A 교수가 물고 늘어진 '피해자다움'은 성폭력 사건의 실제와 사회적 인식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주장했다.

최다빈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A 전 교수 측은 피해자의 공손한 연락 말투와 사건 발생 전 웃으며 찍은 사진을 근거로 (B씨를) 피해자답지 않다고 비난했다"며 "특정한 정서와 태도를 보여야만 진정한 피해자라는 전형적인 가해자의 피해자 탓하기"라고 지적했다.

강은지 천주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도 "이번 1심 판결은 학생과 교수 사이의 위력 관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판결"이라며 "(교수와 학생 간에 발생한 권력형 성폭력을 판단할 때는 가해자가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졌는지, 피해자가 가해자의 권력에 의해 어떤 상태였는지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소원 공동행동 대표는 "이어질 항소심에서 (공동행동은) 피해에 대한 섬세한 판단과 A 전 교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촉구하며, 피해자에 연대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A씨가 피해자의 정수리를 만진 사실 및 이에 대한 피해자의 불쾌감이 인정되지만 이를 강제추행으로까지는 볼 수 없다"며 "일부 공소사실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텐데 이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구체적 내용이 일관되지 않거나 번복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 전 교수는 최후변론에서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증명하는 게 이리 힘들 줄 몰랐다"며 "아직도 무엇이 그 학생을 경악하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사람과의 관계에 깊은 회의와 환멸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