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명의신탁자가 20년간 토지 점유해도 소유권 인정 못해" 첫 판단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1997년부터 명의신탁 약정 무효
"소유권 취득 못할 것 알고 점유…점유취득시효 완성 안돼"
-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계약이 무효가 된 상황에서 명의신탁자가 20년 동안 부동산을 점유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이 B씨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유권을 이전해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은 1997년 A씨가 자신의 아들 B씨의 명의로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토지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B씨는 A씨로부터 돈을 받아 자신 명의로 농어촌공사 토지를 사들였고 A씨는 이후 20년 동안 B씨 명의의 토지를 경작해왔다.
이후 명의신탁자인 A씨는 20년 동안 자신이 땅을 점유해왔으니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B씨를 상대로 토지의 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명의신탁계약을 무효로 본 것이 부당하다는 것과 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20년 넘게 부동산을 점유해왔다면 소유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수인의 명의를 돈을 내는 사람으로 하지 않고 타인의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됐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A씨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된 쟁점은 부동산실명법으로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가 됐다고 하더라도 20년 동안 점유했다면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민법 제245조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라 소유권이 인정되느냐는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1997년부터 명의신탁계약이 무효로 인정된 이후 20년 동안 땅을 점유한 자의 소유권을 인정해줘야 하는지 여부는 그간 판례가 전혀 없었다.
원심인 2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취득시효 완성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점유는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한 것으로 추정되며 A씨가 계약명의신탁자로서 점유한 것이 밝혀지더라도 명의신탁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되려면 점유자의 자주점유(자신이 소유한다는 인식 및 의사를 갖고 하는 점유)가 인정돼야 한다"며 "A씨는 명의신탁자로서 자신이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 토지를 점유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는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해 토지를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점유취득시효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요컨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토지를 소유할 수 없음에도 점유했기 때문에 소유권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우선 점유자의 점유는 기본적으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다만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할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했다면,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자신이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그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하는 명의신탁자의 점유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명확히 알고 점유하는 것"이라며 "자주점유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ewry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