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카톡' 들여다볼 때 '이것' 안 지키면 증거로 못 쓴다
선별하고 참여기회 보장해야…끝난 뒤엔 압수목록 교부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 피압수자 참여권 보장 관련 첫 판단
-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앞으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카카오톡 메신저와 같은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한 뒤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이 없었거나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인터넷서비스업체가 보관한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2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메신저(쪽지창)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고 낸 준항고 청구사건에서 재항고를 기각하고 청구를 인용한 원심 결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검찰과 경찰은 용 의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고 카카오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한 전자정보에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용 의원의 참여권도 보장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인정되는지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한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작업이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지였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경우에 위법한 증거수집이 될 수 있는지 처음으로 판단기준을 내놨다.
◇카카오에 압수수색을 갈 때 알려야 할까…"반드시 그런 것은 아냐"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의 카카오톡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 본사에 압수수색을 나가는 경우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까.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서비스업체가 보관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때는 피압수자에게 알리지 않아도 된다. 단,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122조는 압수수색 참여권자에 대한 사전 통지의무의 예외 사유로 '급속을 요하는 때'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피압수자에게 미리 압수수색 사실을 통지했을 경우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면, 알리지 않고 업체로 가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업체에 압수수색 영장 원본을 제시해야 한다. 용 의원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영장을 팩스로 송부해 위법 판단을 받았다.
◇입수한 전자정보, 어떻게 처리하나…"선별하고 참여권 보장"
수사기관에서 '급속을 요하는 때'라고 판단해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카카오에서 전자정보를 입수했다면, 이후 압수물로 처리하는 과정은 문제가 없을까.
대법원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반드시 카카오로부터 입수한 전자정보에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을 선별해 증거물로 압수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용 의원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카카오로부터 입수한 전자정보 가운데 범죄혐의와 관련된 부분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지 않고 전부를 출력해 증거물로 압수했다. 그중에는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되지 않은 부모 및 친구와의 대화도 포함됐다.
아울러 전자정보를 탐색·출력하는 과정에서도 용 의원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위법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참여권 보장이 반드시 피압수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출석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입수한 전자정보에 대해 증거로 사용할 것을 추출하는 작업을 할 테니 나오라고 통지를 했는데 나오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참여권은 보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권 보장됐어도…압수한 정보목록 안 줬다면 위법
카카오로부터 전자정보를 입수한 뒤 증거로 선별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를 불러 참여 기회를 보장했다면 더 이상 문제가 없을까.
대법원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피압수자에게 주지 않는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금껏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에 대한 판결은 많이 있었지만, 인터넷서비스업체의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있어서의 참여권 보장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서의 압수물은 이번 대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이미 재판에서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을 다투지 않고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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