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의혹 조재연 "김만배 일면식도 없다…검찰조사 적극 협조"(종합)

"검찰, 날 불러달라" 딸 고급빌라 거주 의혹 전면 반박
"TV토론서 대법관 실명 거론은 사상초유"…강한 유감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서 '그분'으로 지칭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2.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류석우 기자 = 조재연 대법관은 23일 '대장동 녹취록'에서 자신이 '그분'으로 지칭되며 '천화동인 1호' 김만배씨와 유착설이 불거진데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필요시 검찰 수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결백을 강조했다.

조 대법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TV토론에서 '그분'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데 대해선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조 대법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 속 '그분' 의혹과 관련해 "깜짝 놀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혀 사실무근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대장동 의혹 사건에 관해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왜 갑자기 이런 의혹 기사가 보도되었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만배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단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 일면식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단 한번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김만배씨뿐만 아니라 대장동 사건에 관련돼 있다는 그 어느 누구와도 일면식 일통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언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받으면 소중히 간직한다. 수십장이 있지만 김만배의 명함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딸이 김씨가 제공한 고급빌라에 거주했다는 의혹에는 "30년 가까이 현재 사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해 왔다"며 "제 딸들은 함께 거주하고 있다가 딸 하나는 2016년 결혼해 분가해서 서울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다. 다른 딸은 작년에 결혼, 분가해 죽전에 살고 있다. 막내딸은 현재도 저와 함께 살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저나 저희 가족이나, 하다못해 친인척 중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대법관은 김씨와 자신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여권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선정국에서 현직 대법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쟁에 활용,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흔든 행위라는 불만이다.

현직 대법관 최초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자청한 배경에 대해 "비록 대선을 목적에 두고 있는 시기이지만, 허위 내용이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정면 대응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정치권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지만 대선을 앞둔 엄중한 시기인 만큼 그저 잠자코 있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민이 보고 계시는 생중계를 통해 대선 토론에서 직접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했다"며 "제 기억으로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법관은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에 후보자들 공개 토론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던 대장동 사건 의혹의 실체로 현직 대법관이 직접 거명됐다는 것에 대해 전국 3000여 법관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와, 이러한 보도를 보는 세계의 다른 나라의 시선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는 시선이 어떨까 이런 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의혹이 처음 제기된) 작년 10월과 달리 계속 증폭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선량한 국민을 오도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며 "국민의 신뢰를 존립의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법부가 이로 인해서 그 불신에 부채질을 더하는 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서 '그분'으로 지칭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그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22.2.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조 대법관은 향후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대법원 자체 조사는 물론 검찰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관은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응하겠다. 회피할 이유가 없다"며 "저와 관련된 일에 한해서는 검찰에서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달라. 그래서 논란을 종식시키는데 검찰도 일정 부분 제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의 검수를 받아 자녀의 실거주 입증 문서자료를 언론에 제공할 수 있느냐'는 요청에 "언제든지 응하겠다"며 결백에 자신감을 표했다.

아울러 자신을 향해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는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해선 제가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까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말만 드리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 매체는 2021년 2월4일 김씨가 정영학 회계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현직 대법관에게 고급 빌라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 중 김씨는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없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법원행정처장 출신 현직 대법관으로 신상이 좁혀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대법관이 녹취록의 '그분'으로 지목됐다. 조 대법관의 딸이 빌라에 살았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와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시민·사회단체의 고발장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출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송영길 대표가 조 대법관 실명을 언급하며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도 이날 조 대법관 기자회견의 배경으로 꼽힌다.

경찰과 검찰은 대장동 사건 초기 이미 관련 의혹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타운하우스와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했고, 검찰 역시 김씨와 조 대법관 연루설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