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폐지 분위기에 법원 부담 느낀 듯"…'세 모녀 살해' 김태현 무기징역

1997년 이후 사형 집행 없고 2019년 이후 사형 선고 없어
이수정 "계획적으로 세 사람 살해…사형 선고는 언제 하나"

김태현. 2021.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5)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그 어느 때보다 큰데다 유족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며 탄원하고 검찰 또한 사형을 구형했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12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3월23일 A씨와 여동생, 모친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태현은 재판 내내 '우발 범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의적이며 계획적인 범죄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김태현의 '우발 범죄'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날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형 선고에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면서 연령, 직업, 교육,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범행 사전 준비 정도, 잔인성 및 포악성 정도, 결과의 중대성, 범행 후 태도, 재범 우려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벌의 응보적 성격, 예방적 성격 등을 볼 때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연할 수 있지만 법원으로서는 형벌의 특수성 및 엄격성, 양형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벌금형 초과 범죄 전력 없는데다 반성문을 제출하고 법정에서 유족 및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며 "다른 중대사건 양형 형평성 등을 종합하면 사형에 처해 생명을 박탈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세계 144개국이 법적 및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에 속해있는데다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인정받는 등 사형제 폐지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1997년 12월30일 지존파 조직원 등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사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형 판결이 확정된 마지막 사형수는 2014년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씨다. 마지막 사형 선고는 사상자 22명을 낸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의 범인 안인득에게 2019년 1심이 내린 것을 포함한 3건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심 사형 선고가 한 건도 없었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옛날에도 사형 선고에 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법원이 집행도 안 되는 사형 선고를 실효성 등을 이유로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며 "유럽 등 국제적인 사형제 폐지 기류의 영향이 있고 재판장들도 개인적으로 사형 선고에 심리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여론은 사형 요구가 많지만 학문적으로는 무기징역으로도 경고 효과가 충분하다는 견해가 많다"며 "사형을 해도 사람들은 곧 잊어버려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계획적으로 세 사람을 죽인 사건이라 사형이 선고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이상하다"며 "그럼 사형 선고는 언제 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