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재해 '인과관계' 입증책임 근로자에게"…대법, 판례 유지
- 온다예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는 기존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9일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4년 2월 B업체의 파견 근로자로 일하면서 휴대전화 내장용 안테나의 샘플을 채취해 품질검사·관리 등 업무를 맡았다.
그해 4월 A씨는 동료직원과 함께 10여분간 약 5㎏ 되는 박스 80개를 한 번에 2개씩 화물차에 싣는 일을 한 뒤 쓰러졌고 심장 압박증상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A씨 사망원인인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와 업무와의 인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 유족은 "A씨 사망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라며 2017년 5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망인(A씨)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그로 인해 대동맥류가 급격히 악화돼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추단된다"며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1심은 "A씨가 입사했던 2014년 2월부터 그해 4월까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근무했고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적지 않은 육체적·정신적 피로에 시달렸을 것"이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박스를 옮기는 다소 격렬한 일로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했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승소로 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A씨 유족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은 "기존질환인 박리성 대동맥류는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의 약화에 따른 것으로, 업무와 관련성이 낮은 자발성 개인질환"이라고 판단했다.
또 "파견된 근로자로 약 1개월 25일 짧은 기간 근무했고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며 "박스 상차작업은 다른 직원의 일을 도와주려고 한 것인데, 육체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근로자 측에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관 9명이 현재의 판례가 타당하다고 봤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와 재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경우 근로자가 부상·질병을 입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하는 업무상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 조항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사고와 질병 등을 유형별로 세분해 인정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상당인과 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전환해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피고에게 분배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재해를 사업주의 책임영역으로 합리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그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이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전반적인 보상체계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반대의견(4명)도 있었다. 김재형·박정화·김선수·이흥구 대법관은 업무상 재해 요건 중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김 대법관 등은 "2007년 개정 당시 입법자의 의사는 업무상의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해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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