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만원 아닌 50만원"…김한정 의원 '당선무효형' 가른 발렌타인 30년산 가격

2심 "백화점서 구입했다는 증거 없어…원심이 높게 산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을)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민에게 고가의 양주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이는 원심이 발렌타인 30년산의 가격을 백화점 판매가격인 105만원으로 책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김 의원의 주장을 항소심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김용하 정총령 조은래)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25일 오후 7시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가입자 1만~2만명 규모의 지역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 4명 등과 식사하면서 발렌타인 30년산 양주 등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 의원은 커뮤니티 운영진 등과 지하철 노선 연장, 단지 이전 등에 대해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김 의원은 2016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 사건 당시 현직 국회의원 신분인 점 등을 고려하면 누구보다도 공직선거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김 의원 측은 "먹다 남은 양주였는데 검찰이 값을 높게 책정했다"며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발렌타인 30년산 가격 105만원→50만원

1심은 백화점 판매가 등을 고려했을 때 발렌타인 30년산의 가격을 105만원으로 책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선거구민 한 명에게 70만원의 기부물품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참가자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거 비싼건데 마셔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면세가로 유통되는 경우가 있음을 염두에 두더라도 이를 결코 경미한 것으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은 양주 등은 거래 형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점, 이 사건 양주는 일반적인 주류매장에서 50만원 선에 판매되는 점, 김 의원이 백화점에서 양주를 구입했다는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가격을 50만원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2심은 "원심이 양주가액을 과도하게 높게 산정한 점이 인정된다"며 "김 의원이 제공한 기부물품의 가액은 약 33만원으로 매우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김 의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 2심도 "온전한 양주 1병 그대로 제공한 것 맞아"

다만 2심에 이르러서도 김 의원이 온전한 양주 1병을 제공했다는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2심은 "김 의원과의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은 지역 유권자이자 지역사회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절반 이상 마신 상태의 양주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양주를 나무상자 케이스에 넣어 가져갔는데 절반 이상 마신 양주를 나무상자에 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 의원은 검찰 조사 당시 범행을 부인하다가 원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해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 후 김 의원은 "양주를 절반 정도 먹었다는 주장이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발적으로 양주가 등장한 과정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어 부끄럽게 생각해 1심에서도 다투지 않았다"고 답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