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성과와 아쉬움은
2000년 인사청문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사법부의 독립, 사법제도 개혁 등의 의지를 밝히며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부'를 사업부 운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지켜내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인정하고 사법부의 과거 청산에도 역점을 둘 것임을 밝혔다.
이 대법원장의 취임일성은 지난 6년간 법원에 일어난 여러 변화들로 구체화됐다. 공판중심주의를 정착시켜 재판의 질을 끌어올렸고 사법사상 최초로 양형기준제를 도입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에 힘을 기울였다. 법원마다 종합민원실을 설치하는 등 민원서비스 개선에도 성과를 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함주명 간첩조작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주요 시국사건의 재심이 개시돼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이밖에 불구속 재판 원칙을 앞세워 인권 보장에 힘썼으며 2010년 특허소송부터 단계적으로 전자소송을 도입해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또 법관을 고등법원 판사와 지방법원 판사로 이원화해 법조일원화에 대처했으며 경험이 부족한 나이 어린 법관이나 관료화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게 위해 법조경력자의 법관 임용을 확대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 대법원장 6년의 성과에 대해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첫째로 꼽았다. "재판으로 말하는 환경이 정착됐다"는 설명이다. 또 '국민을 위한 사법부'와 관련해 "일례로 법정에서 반말이나 막말을 하는 판사들이 거의 사라지는 등 법원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물적, 인적 지원에서 부족한 부분은 신임 대법원장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내걸고 개혁을 이끈 결과 국민의 신뢰 회복에는 성과를 거뒀지만 검찰과 보수진영과는 임기 내내 마찰을 빚었다.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 연구회'의 해체 요구를 비롯해 재임 기간 내내 '이념 편향' 논란에 휩싸이면서 보수 진영의 집중포화를 맞은 이 대법원장은 검찰과도 갈등을 겪었다.
공판중심주의 강화로 인해 무죄 선고가 배 이상 늘어난 한편 이 대법원장이 2006년 "검찰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 조서가 어떻게 법정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며 검찰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내 검찰의 반발을 샀다.
특히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폭력사건, 광우병 보도를 내보낸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 대법원장의 관용차량에 계란을 던지는 등 보수진영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검찰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사법갈등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2006년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에 1심 재판부가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자 이 대법원장이 이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관의 독립성을 스스로 침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도 이 대법원장 시절에 일어난 주요 논란 가운데 하나다.
모 변호사는 "사법부의 다양화, 개혁에 있어 나름대로 노력했고 성과도 거뒀지만 이념적 편향성과 대(對) 권력관계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삼부의 수장으로서 전체를 바라보면서 법원의 자리매김을 고민해야 하고 권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과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br>
hy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