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돈 줬다" 성완종 육성에도 무죄…'무죄추정' 작동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 확신할 수 없어 '무죄'
엄격한 증명 없어 무죄…일반인은 '그림의 떡'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죄를 확정받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7.12.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이변은 없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015년 7월 기소돼 2년5개월 동안 재판을 받아 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22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 대표의 상고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를 확정했다.

◇성완종 육성과 금품 전달자 진술에도 무죄

당초 홍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심리했던 1심 재판부는 성 회장의 진술과 홍 대표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전 경남기업 부사장 윤모씨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홍 대표의 범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고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끓기 직전 홍 대표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한 육성과 윤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홍 전 대표의 불법 자금 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와 판단을 달리한 가장 주요한 이유는 홍 대표에 직접 돈을 건넸다는 윤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상당히 낮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홍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윤씨의 진술이 추상적이고 경험이 아닌 추론만을 진술했다는 점과 진술일부가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도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윤씨 진술에 신빙성을 두지 않았다.

또 고 성 회장이 홍 대표로부터 이익이나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과 윤씨가 중요 증거를 은닉·폐기한 점 등을 홍 대표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즉 고 성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홍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윤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 남긴 육성 진술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한 셈이다.

법원이 무죄 판결을 한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경우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원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역시 금품수수 사건에서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고 있고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에는 금품 제공자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판례에 입각해 홍 대표의 무죄를 확정했다.

◇엄격한 유죄증명 없으면 무죄…일반인은 '그림의 떡'

유죄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은 형사소송의 기본원리다. 문제는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기본원리가 일반인들에게는 좀처럼 적용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불리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또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 형사소송의 기본원리를 실제 법정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직접 재판을 경험한 일반 국민들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교과서에나 있는 것'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다.

홍 대표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아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정치활동을 계속하며 지난 19대 대선에 후보로 출마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법조인들은 홍 대표 사례를 '무죄추정의 원칙'이 현실에서 구현된 보기 드문 경우로 꼽는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 센터장(변호사)은 "형사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법원은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일반 형사피고인들의 경우는 죄를 지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일반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애초에 법원에서 심리도 잘 안해주지만 주요 정치인들 사건은 그렇지 않다"며 "심지어 법정 구속이 이뤄져야 할 사안에서도 권력자들은 법정구속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원이 권력자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와 일반국민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면 그 간극으로 인해 사법정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