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렬왕후 어보'는 도난품…반환 안해도 돼"

"어보 반환거부, 불법행위로 볼 수 없어"
문화재수집가, 반환청구 소송서 패소

장렬왕후 어보 (사진출처=라이브옥셔니어스) ⓒ News1

(서울=뉴스1) 이균진 기자 = 미국 경매사이트를 통해 도난당한 '인조계비 장렬왕후 어보'를 낙찰받아 국립고궁박물관에 인도한 문화재 수집가에게 반환 및 보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정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어보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1월30일 미국 경매사이트 '라이브옥셔니어스'를 통해 '일본 석재거북'이라는 제목의 물건을 9500달러(약 1067만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같은 해 3월19일 국내로 반입해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낙찰받은 물건이 '인조계비 장렬왕후 어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씨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어보를 2억5000만원에 매수할 것을 신청하고 인도했다.

하지만 박물관은 어보를 심의한 결과, 어보는 숙종 2년에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 조씨에게 '휘헌(徽獻)'이라는 존호를 올리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종묘에서 봉인·관리돼오다 6·25 전쟁 당시 도난당한 어보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했다.

박물관은 어보가 도난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매입과 반환을 거부했고, 정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버지니아주법은 도난품에 대한 선의취득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정씨가 경매사이트에서 어보를 낙찰받았다 해도 어보는 도난품이다. 버지니아주법에 따라 정씨는 어보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우리 민법에는 도난품이라도 경매나 공개시장 등에서 선의로 구입할 때는 원소유자가 그 대가를 변상하고 물건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면서도 "소유권에 관한 준거법이 버지니아주법이기 때문에 정씨에게 다른 재산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어보는 조선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물이고 다른 일반적인 문화재보다 역사적 가치가 크다"며 "국가가 이를 확보해 보존·관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는 점 등을 비춰볼 때 박물관이 정씨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asd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