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해외 미결구금기간은 국내 형량에 산입 안돼"

"국내 형집행과 관련성 부족…감경사유로 참작 가능"
필리핀서 지인 살해한 남성, 12년만에 징역10년 확정

2017.7.2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외국에서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은 뒤 무죄로 풀려난 범죄자가 국내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해외 미결구금기간을 형량에 산입하면 안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4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씨(42)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 12월 개정된 형법 제7조(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산입)는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 조항은 외국에서 범한 죄에 대해 외국에서 처벌을 받은 다음, 국내에서 다시 처벌을 받게 될 때 피고인의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으로, 외국 법원의 판결이 집행된 사항에 대해서만 적용된다고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국에서 구금된 피고인이 신체적 자유 박탈에 따른 불이익의 양상과 정도가 국내의 형 집행과는 같거나 유사다고 단정할 수 없고, 별도의 형사보상제도로 구제받을 성질의 것에 불과하다"며 유추 적용의 대상의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에서 미결구금됐다는 사실은 최종 선고에서 감경의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씨는 2005년 필리핀에서 함께 관광가이드로 일하던 지모씨(당시 29세)를 말다툼 끝에 살해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구속기소됐으나, 5년 뒤인 2010년 10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지난해 5월 자진 귀국이후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뒤 형법 7조가 개정되자 "필리핀에서의 미결 구금기간을 선고형량에 산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형법 7조는 '범죄에 의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해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내에서 선고하는 형에 반드시 산입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1심은 "전씨는 필리핀 정착에 큰 도움을 준 피해자를 사소한 말다툼 끝에 살해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은 "개정된 형법 제7조는 그 문언상 명시적으로 '집행된 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미결구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한편 고영한·김창석·조희대·김재형·조재연 대법관은 이날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은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어, 달리 취급해서는 안된다"며 "해외의 미결구금기간을 산입하는 것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정신에 부합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dos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