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법원행정처’는 어떤 곳?
'권력화로 일선 판사에 지대한 영향력 행사' 비판
사법개혁 축소의혹 계기로 적폐 세상에 드러나
- 윤진희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법관탄압과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법원행정처'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법부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가 새삼 일선 판사들의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법원조직법 19조는 법원행정처가 "법원에 관한 인사· 예산 ·회계 ·시설 ·송무· 등기 ·호적 ·공탁 ·집달관 ·법무사 ·법령조사 ·통계 및 판례편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조직법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법원업무와 관련된 사법행정을 처리하며 사법부의 주역인 법관들의 재판업무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뒷조사를 감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사법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법관들의 학술모임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사실상 법관들을 통제하는 듯한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적한다.
사법부 내에서 법원행정처는 흔히 ‘엘리트 코스’로 인식돼왔다. 대법관이 겸직하는 법원행정처장 바로 아래 직위인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원장이 차기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법관이 맡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인 ‘심의관’들은 이른바 법원 내 ‘요직’이라 할 수 있는 영장전담, 부패, 선거 등의 재판보직을 독점하고 승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사건 처리과정에서 드러났듯 영장전담 법관과 부패사건 재판부 등은 단연 주목받는 보직이다. 이와 동시에 법원이 정치영역 등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해당 재판보직을 맡고 있는 일선 판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정치권과 일종의 거래를 도모할 수도 있는 구조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에게만 엘리트 코스로 인식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는 한 법원공무원은 "법원의 일반직원들도 행정처로 발령이 나면 같이 근무했던 내가 전화해도 벌써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사법부 내에서 법원행정처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말이다.
사법 행정의 영역에서 사실상 법관들이 재판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는 보조자 역할을 해야 하는 법원행정처의 권력화는 법관독립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오로지 양심과 법률에 따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법관들을 ‘줄 세우기’해 법원 수뇌부가 일선 법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충정어린 주장을 하는 대다수 판사들은 ‘법원행정처’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법관 학술모임 탄압 및 학술대회 축소시도, 그리고 법관 뒷조사 등의 의혹을 사고 있는 법원행정처의 현 체제가 개선돼야 일선 법관들이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법원 수뇌부로부터 독립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가슴아프고 참담한 일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법원행정처와 관련된 적폐가 드러난 것은 어찌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법원수뇌부가 보호하고 싶은 ‘조직’은 일선 법관 전체를 포함한 법원조직 그 자체가 아닌 자기들만의 ‘조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법원 조직 전체에는 해가 되더라도 법원행정처 출신들과 수뇌부로 구성된 그들만의 리그를 보호하려는 방식으로 법원행정처가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복을 벗었고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속칭 총대를 메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이 또한 법원행정처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는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보수와 혁신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있는 법관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을 법원 내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은 지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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